4시간 전 “압사당할 것 같아요”, 112 녹취록 살펴보니…
[앵커]
15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이태원 참사.
사고 4시간 전부터 여러 시민들이 "압사당할 것 같다"며 긴박한 현장 상황을 112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1건에 걸친 이들 신고 녹취록에는 '압사'와 '통제 요청' 두 키워드가 집중 등장합니다.
먼저 김우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첫 번째 신고가 들어온 건 사고 당일 저녁 6시 34분.
"사람들이 골목을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다,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에 경찰관은 "압사,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 큰 사고가 날 것 같단 거죠?" 라고 되묻습니다.
전화를 걸어온 장소는 정확히 참사가 발생한 그 골목.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이미 시민들은 '압사 위험'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경찰에 'S.O.S'를 친 겁니다.
하지만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고, 저녁 8시가 넘어서면서 다시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8시 33분, "사람들이 쓰러졌다"는 신고까지 들어오고 신고자가 직접 촬영한 영상도 경찰에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20분 뒤 또 다른 신고.
"사람들이 압사를 당하고 있다, 거의", "아수라장이다!"
신고 내용은 더 다급해집니다.
밤 9시부터는 "대형 사고 나기 일보직전이다", "진짜 사람 죽을 것 같다"는 등 참사가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가 줄을 잇습니다.
한 시민은 골목 내 일방 통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통제 좀 부탁드린다며 구체적인 해결책까지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사고 임박 시점의 또 다른 통화.
"상호명을 알려달라"는 경찰관에게 신고자는 "상호명이 아니라, 여기 거리 전체가 그렇다"라고 답하고, 경찰은 다시 "거리 전체가 사람이 많냐?" 같은 말을 되묻습니다.
11명의 각기 다른 신고자로부터 '압사'라는 단어는 모두 9번 되풀이됐습니다.
'통제'라는 말도 9번.
시민들은 경찰의 개입을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밤 10시 17분, 마침내 소방이 출동했을 땐 이미 많은 시민들이 심정지 상태로 누워 있었습니다.
"아무도 통제 안 해요. 경찰이 좀 통제해줘야죠!" 라는 첫 신고자의 외침이 있고 나서 4시간 가까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KBS 뉴스 김우준입니다.
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고석훈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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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준 기자 (univers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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