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으면 좋겠어요” 약속 지킨 최정, 하지만 웃지 못했다 [KS1]
“그냥 미쳤으면 좋겠어요.”
이례적이었다. ‘소년장사’ 최정(SSG)이 스스로 이렇게 적극적으로 ‘해결사’이자 ‘주인공’이 되겠다고 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기도 했다. 최정은 ‘미친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고 싶다는 스스로의 말을 경기에서 지켰지만 끝내 팀 패배로 웃지 못했다.
최정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3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2볼넷 1득점 2타점 맹활약을 펼쳤지만 팀의 6-7, 1점 차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최정의 이날 활약은 3회 쐐기 솔로포와 5회 다시 리드를 잡는 1타점 적시 2루타, 9회 볼넷 등으로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후속 적시타 불발 등으로 아쉽게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1-0으로 팀이 앞선 3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타석에 들어선 최정은 2S-0B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이후 침착하게 2개의 볼을 골라냈다. 그리고 안우진의 손가락 물집 부위에 이상이 생긴 이후 5구째 슬라이더를 또 한 번 침착하게 골라냈다.
그리고 풀카운트 상황, 최정은 안우진의 6구째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온 153km 직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 솔로아치.
올해 KS 첫 홈런인 동시에 최정의 포스트시즌 통산 6호째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최정은 우즈(두산)가 갖고 있는 PS 통산 최다 홈런에 1개 차로 다가섰다. 동시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함께 PS 통산 홈런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이어 최정은 5회 2-2로 동점이었던 5회 2사 1루 상황에선 키움 투수 요키시를 상대로 좌익수 왼쪽 방면의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7회 1사 2루에서 자동 고의 4구를 얻은 최정은 마지막 타석에서도 볼넷을 추가했다. 9회 초 전병우의 역전 투런 홈런 이후 9회 말 1사 후 대타 김강민의 동점 솔로홈런으로 다시 6-6, 균형이 맞춰진 상황. 최정은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이어 최정은 2사 후 라가레스의 볼넷으로 2루로 진루했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다.
연장 10회로 흘러간 승부. SSG는 2사 1,3루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9회 홈런의 주인공 김강민이 땅볼로 물러나면서 최정의 타석 바로 앞에서 경기가 종료되고 말았다.
하지만 최정만큼은 경기 전 자신의 말을 100% 지키는 활약을 펼쳤다.
경기 시작 전 ‘긴장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취재진 질문에 최정은 “실제로는 긴장을 많이 했다. 경기 중에 혹시 좋지 않은 모습이 나와도 그냥 못한 모습으로 보여야 하는데 (이 연차에) 긴장해서 못하면 창피하니까. 그렇게 안보이려고 애쓰고 있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가을야구에서도 늘 덤덤했던 최정이지만 올해만큼은 기분이 남다르다. 최정은 “꼭 이겨야 된다는 마음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올해는 꼭 중요한 정규 시즌 경기를 치르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면서 “원래 보통은 가을야구가 되면 설레고 재밌다는 기분이 드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며 가진 부담감이 상당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SSG의 야수들 가운데서는 첫 가을야구를 경험하는 선수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올 시즌 팀의 주축으로 거듭난 중견수 최지훈과 유격수 박성한 등이 그 주인공이다.
오히려 최정은 “반대로 선수들에게 물어봤다. ‘어떠냐, 긴장되냐’라고. 그러니까 ‘재밌을 것 같고, 기대된다’고 하더라”면서 “나도 어렸을 때는 그랬다. 빨리 경기를 하고 싶어했고, 부담이 없는 경기?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굉장히 즐겼는데 이젠 그런 단계는 넘어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최정은 “정규시즌처럼 무던하게 했을 때 잘 되면 거기서 ‘짬’이라는 표현이 나올 것 같은데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천천히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전 김강민은 ‘우리 PS는 최정의 홈런으로 시작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최정은 “그런게 하나하나가 굉장히 부담된다. 차라리 처음이면 모르겠는데 (나는) 기대치가 있으니까. (어제 미디어데이에서의) 이정후의 모습을 보면 너무 부러운 게 그 심정을 안다. 야구하고 싶어서 미치려고 하는 거. 그렇지 않아도 잘 하는 선수인데 야구도 잘 되고 이런 보너스 경기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야구가 더 재밌을까 싶다”며 PS 맹활약 중인 이정후에게도 공감의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최정은 “지금은 되게 많이 떨 것 같다. 내가 해결을 해서 분위기를 올렸으면 좋겠고 그렇다”면서 “어릴 때는 무조건 수비만 생각했다. 그만큼 부담감이 없었다. 그땐 선배들이 엄청 많았으니까. 난 그냥 수비만 해서 팀에 피해만 안 끼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 시기 선배들의 마음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 했을 때랑 느낌이 너무 다르다”고 했다.
그런 최정의 올 시즌 목표는 한 가지였다. 최정은 “미치는 거죠. 그냥 미쳤으면 좋겠다”면서 “예전엔 ‘민폐 안 끼쳤으면 좋겠다’ 이런거 였으면 지금은 ‘미쳤으면 좋겠다. 제발 한 번만 미쳤으면 좋겠다’ 그런 거 있지 않나”라며 간절한 승리 활약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KS 1차전서 간절한 마음을 SSG 승리로 연결하지 못한 최정이 남은 시리즈 팀의 어떤 반전을 이끌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인천=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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