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분, 30여개 질문…비판·반박 이어진 한 총리 외신기자 브리핑

윤수희 기자 2022. 11. 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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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장관 발언부터 정부 책임, 국가 시스템까지 질문 '홍수'
韓 "한국은 가장 안전한 국가 중 나라…정부 위기 모드 아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총리실 제공) 2022.11.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1일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의 외신기자 브리핑은 10여 개국, 50여 명의 기자들이 30여 개의 질문을 쏟아내며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당초 1시간으로 예정된 브리핑은 한 총리가 "질문이 떨어질 때까지 받겠다"고 하면서 2시간20분 가량 이어졌고, 기자들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발언 논란, 경찰의 미흡했던 대응을 비롯해 정부의 책임, 국가적 시스템을 거론하며 날카롭게 질문을 던졌다.

한 총리는 "군중 관리(Crowd managemnet·크라우드 매니지먼트)에 대한 체계적인 노력이 부족했다"며 철저한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노력을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브리핑 내내 '주최자가 있는 행사와 없는 행사에 대한 관리의 차이점'을 비롯해 '한국은 안전한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거나 '경찰 수사와 내부 감찰 등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달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놔 외신 기자들의 반박 섞인 질문이 계속 쏟아지게 만들었다.

일본 산케이 신문 기자는 한 총리를 향해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주최자가 있는 행사는 안전대책이 있고, 주최자가 없는 행사는 대책이 없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면 아무래도 한국에 들어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란 프레스TV 기자는 이상민 장관이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는 답변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많은 비난이 있었다. 주최 측이 없던 행사였다고 해서 과연 이것이 방지하지 못했던 문제였나"라고 질문했다.

한 총리는 "군중 관리에 대한 충분한 제도가 한국에서 조금 미흡한 상황에서 치안 담당 인력을 많이 투입했더라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한국은 수십 년 동안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였고, 그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 발언 논란엔 "이 장관이 제도적 미비 때문에 경찰을 아무리 넣어도 소용없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두둔했다.

경찰의 초동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UPI 기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대응하지 않거나 예방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에 (있어)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이미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진 것인지,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이 초동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질문했다.

블룸버그 기자는 "경찰 신고가 굉장히 많이 들어왔는데 초동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며 "경찰에서 인지하기에 심각했던 티핑포인트가 언제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책임질 사람이 누군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기다려달라"며 "혹시라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면 책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총리실 제공) 2022.11.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태원 참사를 세월호 참사와 연결시켜 비판하는 목소리도 연이어 나왔다.

가디언 기자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기억하는 세대의 청년들이 또다시 이러한 시국을 감당하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아시아타임즈 기자는 "민주주의 기준이 굉장히 높은 대한민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 마찬가지고, 그전에 박근혜 대통령도 세월호 때 국민들의 신임을 많이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젊은이들 모두가 의기소침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젊은이들이 아직까지 자신감을 갖고 있고 이 문제에 대해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믿는다"며 "한국은 사고가 일어날 때 제대로 적절히 대응하는 편"이라고 했다.

또 정부 신뢰에 관해 "당장 우리(정부)의 전체적인 일을 불가능하게 만들 만한 위기 모드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국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즈 기자는 "총리가 한국은 안전한 나라로 명성이 있다고 했지만 인재 사고가 주기적으로 잘 일어난다. 정부는 그때마다 안전사회를 강조했지만 또 일어났다. 한국에서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나"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 노력을 하는 동시에 국민 안전에 대한 요구에 대해 정부가 좀 더 확실하게 충족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한편 이날 브리핑 과정에서 한 총리가 정부 책임에 대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빗대 웃으며 '농담'을 던져 참사의 심각성에 비해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한 총리는 한 외신 기자가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뭐냐"라고 질문한 후 통신 오류로 통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자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없나요?"라고 주변에 물었다. 현재 이 모습을 편집한 동영상은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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