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들 보내는 길, 하늘마저 숙연했다

김유신, 한상헌, 박나은 2022. 11. 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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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일부 희생자 발인
눈물 닦는 서울시장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후 시청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입장 발표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11.1 xyz@yna.co.kr (끝)

"가지 마, ○○아…."

1일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장례식장. 이태원 참사로 지난달 29일 희생된 A씨(26)의 관이 화장터로 향하는 운구차에 실리자 A씨의 마지막 모습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가족과 친지, 친구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목놓아 울었다. A씨의 아버지는 "어쩌다 우리 딸이…"라며 비통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외동딸을 영영 떠나보내는 아버지의 애끓는 신음 소리에 사람들이 눈을 적셨다. 새파랗기만 하던 가을 하늘마저도 애석함에 잿빛으로 변했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156명 중 일부의 발인이 이날 엄수됐다. 희생자의 검시 시간과 빈소가 차려진 날짜에 따라 발인일이 달라지게 됐다.

경기 고양에 있는 동국대일산병원에서는 이태원 참사 20대 희생자 B씨의 발인이 치러졌다. 이곳 병원 장례식장엔 참사 직후 14명의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뒤 3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B씨의 유족들은 입관실 밖을 나오자마자 오열하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일부 유족은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리며 서로를 위로했다. 또 다른 유족은 고인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을 차마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동국대일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인근 지역주민들이 헌화를 하기 위해 찾기도 했다. 주민들은 분향소 앞에 서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들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청년들이 안타깝다"며 참담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를 찾는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삼육서울병원 추모관엔 10대 청소년 C군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빈소를 찾았다. 한 학생은 "C군과 같은 반은 아니지만 평소 반끼리 왕래하며 친분이 있어 빈소를 찾았다"면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희생자들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희생자 D씨(25)의 빈소를 찾은 D씨의 친구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도 많이 받고 나눌 줄 아는 친구였다"며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친구들 모두 너무 충격이 커서 오히려 빈소에서는 서로 실없는 소리를 하면서 슬픔을 견디고 있다"고 전했다. D씨의 아버지는 덤덤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다가 뒤돌아서서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희생자 E씨(23)의 빈소를 찾은 친구 박 모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이던 친구가 이렇게 간 게 믿기지 않는다"며 "함께 놀면서 웃어주던 모습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다.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은 지난달 30일부터 참사 현장에서 수거된 유실물 보관 장소로 운영 중이다. 이곳엔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유실물 수백 점이 보관돼 있다. 용산경찰서는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유실물센터를 운영한다.

한편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오 시장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중간중간 울먹이면서 말을 잇지 못하던 오 시장은 "사죄의 말씀이 늦어 죄송하다"며 흐르는 눈물을 닦기도 했다.

그는 책임 소재에 관한 감사 계획과 관련해서 "좀 더 법률적 검토를 거쳐서 자치구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지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관련) 부서에서 책임을 다했는지는 자체적으로도 조사하겠지만 아마도 결국 수사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오 시장은 이어 위기관리시스템 보완 계획에 대해서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기에 안전총괄실의 존재 이유, 구성, 그리고 각자의 역할 분담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며 "앞으로 기구 개편이나 임무 부여에 있어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유신 기자 / 한상헌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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