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광산 2차 시추 실패…매몰 노동자 구조 난항
가족 “골든타임 허비” 분통
전문가 “최대 3주 생존 가능”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 고립자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도한 2차 시추작업이 실패했다. 봉화소방서는 1일 오후 3시쯤 지름 98㎜짜리 시추기(천공기)가 지상에서 지하 172m까지 내려갔지만 고립된 노동자들이 있는 지점과 접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립된 노동자는 지하 170m 지점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시현 봉화소방서 재난대응과장은 “기존의 지름 76㎜ 시추기와 추가 도입된 시추기 2대가 오후 3시30분부터 시추를 시작했다”며 “밤사이 시추기 1대가 더 추가돼 총 5대의 시추기로 작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추작업은 지난 29일 오후 7시20분부터 노동자들이 갇혀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지하 170m 지점 두 곳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했다. 다시 작업을 시작하더라도 3일은 소요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신속한 작업을 위해 업체가 가진 도면을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했는데 도면이 오래돼 측량에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도면은 200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외부 측량전문가와 전문기관 관계자를 초빙해 정확한 좌표를 설정해 시추작업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 가족들은 허탈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노동자들이 고립된 지 7일째인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작업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고립된 A씨(62)의 아들은 “사실상 허송세월만 보낸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구조당국은 “(구조를 위해 파쇄해야 하는) 암석의 형질이 화강암에서 석회암으로 바뀌고 있다”며 “구조에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해 시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는 시점은 72시간이지만, 수분 공급 상태가 충분하다면 최대 21일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러 논문에서 물이 충분하다면 최대 3주까지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며 “나이와 건강 상태 등 개인마다 생존 가능 시간이 다르지만 매몰사고 당시 다치는 등 감염위험 상황이 아니라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구조당국은 지하 170m 갱도의 경우 벽에서 지하수가 흐른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수분 공급이 충분해도 몸이 젖거나 저녁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저체온증에 의해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또 악조건 속에서 ‘정신적 공황’ 상태가 찾아올 수 있는 만큼 구조에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당시 19세였던 박모씨가 17일(377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사례가 있다. 충남 청양군 고봉광산 지하 125m 갱도에 갇힌 광부 김모씨(당시 36세)도 15일을 버텨냈다. 그는 부인이 싸준 도시락을 이틀간 나눠 먹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지하수를 도시락통에 받아 마시며 허기를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다. 칠레 광부 매몰사건은 21세기의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다. 이 사건는 2010년 8월5일 아타카마 사막의 산호세 구리광산 붕괴사고로 갱도에 매몰된 33명의 광부가 69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일이다. 기적적인 구조 과정은 TV 등에서 생중계되며 전 세계 1억 명이 지켜봤다. 당시 구조당국은 사고 17일 만에 광부들이 갇혀있는 공간에 시추작업을 통해 구멍을 뚫어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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