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상민 장관과 대통령실의 '대국민 거짓말'
307명이 숨지고 다친 이태원 참사 국면에서 불거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을 뉴스타파가 법령과 공공데이터에 근거해 검증한 결과, 법적으로나 통계적으로나 근거가 희박한 허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 발생 다음 날인 지난 달 30일, 정부는 첫 공식 브리핑을 했다. 전국민에게 생중계된 이 자리에서 이상민 장관은 참사의 발생과 원인과 관련해 경찰과 행정안전부에게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장관은 ①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②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③ “서울시내 곳곳의 소요·시위 때문에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다” 등의 주장을 내놨다.
그 다음 날 대통령실은 이상민 장관의 ②번 주장과 관련 “현재 경찰은 집회 시위가 아니면 국민을 통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이 장관의 발언을 옹호했다.
뉴스타파가 이상민 장관의 발언 전체를 검증한 결과, 하나도 빠짐 없이 사실이 아닌 거짓으로 드러났다. ① 서울시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는 사상 최대의 인파가 몰렸고 ②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은 ‘혼잡경비’를 수행했어야 하며 ③ 서울시내에서 개최된 집회 때문에 경찰 인원이 분산됐다는 주장도 개연성이 부족했다. 참사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민 안전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의 장관과 대통령실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국민에게 ‘허위 사실’을 유포한 셈이다.
거짓말 ①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참사 다음 날 한덕수 총리는 3분 남짓 짧게 정부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한 총리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상민 장관이 입을 뗐다.
오늘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된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예년의 경우와 그렇게, 물론 이제 코로나라는 게 좀 풀리는 상황이 있었습니다마는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태원 참사 정부 공식 브리핑, 2022. 10. 30.)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이태원에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뉴스타파는 서울시에서 공개하는 공공데이터 ‘서울시 지하철호선별 역별 승하차 인원 정보’를 살펴봤다. 특정한 날짜에 지하철 역별로 승·하차 승객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 하루 동안 6호선 이태원역의 승차 승객은 48,558명, 하차 승객은 81,573명으로 집계됐다.
뉴스타파는 서울시 데이터 포털에 올라와 있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데이터를 전수 분석했다. 참사가 일어난 날과 마찬가지로 핼러윈데이와 가장 가까운 토요일에 지하철 이태원역을 이용한 승객수를 연도별로 비교했다.
8년치 자료를 비교한 결과, 참사 당일 이태원역에는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던 것으로 확인된다. 모두 13만 131명으로 코로나 사태 발생 이전인 2019년 10월 26일(토요일)보다도 3만 3,668명이 많았고, 단계적 일상회복을 앞두고 있던 2021년 10월 30일(토요일)에 비해서는 7만 911명, 2배 이상 늘었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이태원에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라는 이상민 장관의 주장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거짓말 ②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이어 이상민 장관은 참사 책임을 놓고 이렇게 주장했다.
다만 지금 저희가 사고 수습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사고 수습을 먼저 하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려고 하는데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그래서 뭐 그것을 통상과 달리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태원 참사 정부 공식 브리핑, 2022. 10. 30.)
그러니까 “경찰을 미리 배치했더라도 참사를 막을 수는 없었다”는 것. 국민 안전이라는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이 무책임한 발언에 여·야 모두의 비판이 쏟아졌다. 책임 회피성 발언이 나온 다음 날, 대통령실은 이상민 장관의 발언을 옹호하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해. 현재 경찰은 집회 시위가 아니면 국민을 통제할 법적 권한이 없음.
- 대통령실 (2022. 10. 31.)
현재의 법 규정으로는 이태원에 몰린 10만 인파를 통제할 권한이 없고, 따라서 경찰과 정부 당국에 참사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발언의 취지도 심각하지만 무엇보다 법률에 근거해 따져봤을 때 사실이 아니다.
경찰관의 직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 1항(위험 발생의 방지 등)’을 보면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극도의 혼잡이 있을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극도의 혼잡’, 정확히 이태원 참사 당시의 상황이다.
이럴 때 경찰이 취해야 하는 조치도 법에서는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 ‘그 장소에 모인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는 것’, ‘그 장소에 있는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하게 하거나 직접 그 조치를 하는 것’.
이 법조항만 봐도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고 현재 경찰은 국민을 통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이상민 장관과 대통령실의 발언이 거짓임이 드러난다.
나아가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 ‘혼잡경비’를 수행했어야 한다는 사실까지 확인된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혼잡경비 계획이라는 것은 경비계에서 다중이 모이는 그런 축제나 행사 이런 경우에 질서 유지 안전을 위해서 동원 계획을 세워서 하는 거거든요. 질서 유지와 안전 때문에 하는 거기 때문에 몇 명당 몇 명 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규모가 크면 이제 아무래도 경력을 많이 배치하는 게 맞는데...
- 경찰 고위 관계자
참사 직후부터 이태원의 핼러윈데이는 주최한 주체가 따로 없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가리기 힘들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법률 용어인 '혼잡경비'에 근거해 경찰은 주최측이 없더라도 얼마든 질서 유지를 위한 직무 수행이 가능했다. 혼잡경비는 '미조직된 군중의 무질서를 사전에 예방하는 경찰의 직무'를 뜻하는 법률 용어다.
다중이 모이는 어떤 그런 첩보가 들어오거나 이번처럼 주최 측이 없는 행사 같은 경우는 이제 첩보에 의해서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행사가 있다. 그러면 어느 정도 모일 것이다.’ 인터넷이나 여러 가지 주최 측은 없지만 이제 여러 경로를 통해 첩보를 입수해서 인원이 어느 정도 모일 것이라고 예상이 되면 그 예상 인원에 맞춰 이제 경비계에서 경비 계획을 세워서 경력을 투입을 하는 거죠.
- 경찰 고위 관계자
참사 이틀 전인 10월 27일, 이태원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경찰은 이미 핼러윈 주말 동안 이태원에 10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릴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이럴 경우 용산경찰서는 즉시 혼잡경비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서울경찰청, 경찰청에 보고한 뒤 경찰 인력을 지원받아야 한다.
용산경찰서가 관할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경찰서의 계획을 수립을 해서 서울청에 보고를 하죠. 그러면 서울청에서 ‘경력이 부족하다. 이 정도 갖고 부족하다’ 그러면 이제 서울청에서 경력을 지원해주는 거죠.
- 경찰 고위 관계자
실제로 경찰에서 혼잡경비를 지원한 사례는 많다. 서울경찰청의 정보목록을 보면 경찰은 올해 들어 서울 지역에서 열린 각종 축제에 서 10여 차례에 걸쳐 혼잡경비를 수행했던 것으로 확인된다.그러나 유독 이태원에서는 혼잡경비가 없었다.
이상민 장관은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다른 축제에서는 가동된 혼잡경비가 왜 이태원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한다.
거짓말 ③ “서울시내 곳곳의 소요·시위 때문에 경찰 경비병력들이 분산됐다”
이상민 장관은 발언을 이어갔다.
또 어제 잘 아시다시피 서울시내 곳곳에서 여러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병력들이 좀 분산됐던 그런 측면이 있었습니다.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태원 참사 정부 공식 브리핑, 2022. 10. 30.)
서울시내 곳곳에서 열린 각종 집회에 경찰 병력이 투입돼 이태원에 배치할 인원이 부족했다는 주장이다. 뉴스타파는 서울경찰청에서 공개한 공공기록물 ‘오늘의 집회/시위’ 6년치(2017년~2022년)를 살펴봤다. 참사 당일과 마찬가지로 핼러윈데이와 가장 근접해 있는 토요일에 서울시내에서 개최된 집회와 참여 인원 등을 비교했다.
이상민 장관의 말대로라면 큰 집회가 많을수록 핼러윈데이 주말에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인원의 수는 상대적으로 줄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내 집회와 핼러윈 이태원 배치 경찰의 인원수는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경찰이 그들의 해명자료를 통해 이상민 장관의 주장을 뒤집었다.
일각에서 이태원 사고 당시 경찰 배치 부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할로윈 대비 경력의 경우 코로나 이전인 2017년~2019년에는 경찰관을 34명~90명 수준에서 동원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총 137명의 인력을 배치하였습니다.
- 경찰 해명 자료 (2022. 10. 31.)
문제 발언을 한 바로 다음 날, 이상민 장관은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그리고 자신의 발언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제 제가 드린 말씀은 지금 경찰에서 한창 사건의 원인을 정밀 분석 중에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대참사를 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취지입니다.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2022. 10. 31.)
그런데 “경찰을 제대로 배치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은 아니”라며 ‘사고 원인을 예단하고 섣부른 주장’을 편 것은 정작 이상민 장관 자신이다. 이런 식의 발언이야말로 참사 국면에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선동성 정치적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참사 사흘만인 11월 1일, 이상민 장관은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어떤 구실을 붙여도 이상민 장관은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조직법 34조 1항, ‘행정안전부장관은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ㆍ조정 사무를 관장한다’, 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6조, ‘행정안전부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한다.’ 대한민국의 법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처럼 무거운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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