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국이 좋아 여기서 살고 싶었다”… 이태원 러 희생자 4명 사연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로 러시아 여성 4명이 숨졌다. 이들은 평소 한국 문화를 좋아해 한국에서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MK) 등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희생된 러시아 여성 4명의 사연을 보도했다.
희생자 중 1명인 크리스티나 가르데르(26)는 시베리아 케메로보주 노보쿠즈네츠크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가고 싶어 했다. 그는 2013년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이후 2주간의 한국 여행도 했다고 한다. 그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그는 한국에서의 유학을 결심했다. IT 전문가나 의료 미용학 박사가 꿈이었던 그는 꿈을 위한 유학길을 위해 고향에서 여러 일을 하며 열심히 돈을 모아 2년여 전 서울로 왔다. 크리스티나의 유족은 “한국 여행을 다녀온 뒤 크리스티나는 (한국을) 너무나 마음에 들어 했다”며 “한국어를 완벽하게 배우길 원했고 서울로 간 뒤 대학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나는 한국에서의 축제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친구 또한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식 환자인 크리스티나에게 압사 사고는 더욱 치명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유족은 “크리스티나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아직 모르지만 아마 질식했을 것”이라며 “그는 러시아에 있을 때도 자주 호흡 곤란을 겪었다. 한국에서는 증상이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흡입기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유족은 크리스티나의 시신을 한국에서 화장한 뒤 유골을 담은 상자를 러시아로 가져와 장례를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의 자매인 발레리아는 크리스티나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곧 한국에 입국할 계획이다.
다른 희생자인 연해주 출신 율리아나 박(25)도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아 한국에 왔다. 그는 서울의 한 러시아 학교에 취업했으며,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지난 7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1년 전 한국어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한국으로 왔다. 그냥 여기서 살고 싶었다. 이런 결정은 위험하고 즉흥적이었다. 지금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율리아나의 가족들은 외무부와 그의 친구들로부터 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유족 측은 “율리아나의 장례를 러시아에서 치를 것이라 시신을 러시아로 이송하는 것이 고민”이라며 “(장례)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을 진행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해주 출신의 또 다른 희생자 옥사나 김도 한국이 좋아서 2018년부터 서울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사고 당시 옥사나와 함께 있던 친구는 “나와 내 여자친구는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했지만 옥사나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옥사나의 유족은 “고향에서 그의 장례를 치를 것”이라며 “모금을 통해 장례 비용을 마련했다. 한국 정부에서 보상을 해준다고 했지만 빨리 이뤄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다리아 트베르도클렙(21)도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보도에 따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주립대학교의 학생인 다리아는 성균관대학교의 가을학기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한국 시각)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발생한 외국인 사상자들에 대해 “외국인 사상자도 우리 국민에 준해서 가능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며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에 대해선 외국인도 내국인에 준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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