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지 마라” 전파 안돼… 이태원 소음이 피해 더 키웠다

표태준 기자 2022. 11. 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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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전파 지연, 사상자 늘어
전문가들 “밀집지역 야간소음 엄격히 규제해야 사고 막아”

전문가들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156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로 커진 이유 중 하나로 소음 문제도 꼽는다. 최초 시민 몇 명이 넘어진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사람들 간에 상황 전파가 신속히 이뤄졌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은 클럽과 같은 유흥주점이 밀집해 이태원에서도 가장 시끄러운 곳으로 꼽힌다. 당시 사고 현장이 담긴 영상이나 시민들 증언에 따르면 시끄러운 음악 등 소음에 ‘밀지 말아라’ ‘사람이 다쳤다’ 등과 같은 내용이 서로 전파되지 않으며 사고가 커졌다. 박찬석 서원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1일 “앞서 사고를 당한 이들과 목격자들이 말한 위험 신호가 뒤로 전파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주변 소음 등 문제가 참사 규모를 키운 간접적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2005년 10월 3일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MBC 쇼 프로그램 ‘가요콘서트’를 보려고 시민들이 몰리며 11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다쳤을 당시에도 소음이 사고를 키웠다. 당시 콘서트 입장 시간은 오후 7시였는데, 출연 가수가 리허설 중인 오후 5시30분 콘서트장 입구 중 한 곳이 갑자기 열리며 인파가 쏠렸다. 앞서 가던 입장객들이 넘어지면서 구조 요청을 했지만 시끄러운 리허설 음악 소리에 사고 소식이 전파되지 않았다. 뒤따라오던 이들이 계속 입장하려 힘을 가하며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인파가 몰리는 길목이나 집회 현장 등에서 소음 단속이 엄격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행법상 집회 현장에서는 주간 75db(데시벨) 및 야간 65db 이상의 소음을 발생시켜선 안 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를 어기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2일 서울 숭례문과 광화문역 사거리에서 보수·진보 단체의 집회가 각각 열렸을 때도 두 집회 모두 대형 스피커로 음악 등을 송출하며 소음도 최고 90~100db 안팎으로 소음 기준을 넘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100db이면 헬리콥터 프로펠러 소리와 맞먹는 소음으로 옆에 있는 이들과도 의사소통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군중 밀집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소음 단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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