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떴습니다”
민주노총 경기본부 2019년 시작
참여대학 꾸준히 늘어 올해 13곳
경기도 지원 받아 교양과목 개설
사회진출 앞둔 학생들에 큰 도움
‘스스로 만든’ 0.3평짜리 공간에 31일간 자신을 가둔 채 파업을 이어간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의 인터뷰가 교실 앞 대형 스크린에 띄워졌다. 이어 교통사고를 당한 뒤에도 다시 오토바이를 끌고 일터로 나가는 배달 노동자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플랫폼노동자들이 겪는 불합리한 현장 모습에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경기 오산 한신대학교의 한 강의실에서 학생 70여명이 함께 영상을 보며 열띤 토론을 이어간 수업의 주제는 ‘비정규직’이다. 다양한 학과 소속 학생이 참여한 교양 과목이다.
한 대기업 콜센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했다는 학생 김소휘씨(22)는 “일을 하면서도 파견인지 용역인지 정확한 고용 형태를 알지 못했고, 4대 보험 적용도 불확실했다”며 “노동자를 이렇게 대우하는 것이 부당한 일이라는 사실을 (수업을 통해) 알게 됐고 다시 비슷한 일을 겪는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업을 들은 전정환씨(20)는 “한국에 이렇게 다양한 노동의 형태가 있는지 몰랐다”면서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회사와 현장에 따라 다르다는 것 또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수업 ‘노동의 의미’ 강의는 경기도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지원 중인 대학교 노동인권 강좌 사업의 일환이다. 대학생들이 노동 현장에서 겪는 차별 등을 인지하고 대응할 힘을 키우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경기본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경기도와 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참여 대학이 처음 2곳에서 2020년 9곳, 2021년 10곳, 올해 13곳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수업은 각 대학이 경기도에 신청하면 경기도가 예산을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예산을 지원받은 각 대학은 학기별로 노동인권교육 관련 교양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참여 학생들은 강의를 통해 노동 문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지난해 ‘경기도 대학생 노동인권교육 진흥 조례’도 전국에서 처음 제정됐다. 도지사가 대학생 노동인권교육을 위해 필요 예산을 편성·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조례에 따라 경기도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도 있다. 내용은 일반 강의, 전문가 초청 특강, 노동인권 상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노동, 노조에 대해 적대적인 인식이 강해 교육이 중요하다”며 “교육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노동을 어떻게 인지하고 노동문제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 후 학생들에게는 변화가 나타났다. 진숙경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6~12월 노동인권교육 강좌에 참여한 10개 대학, 354명을 조사한 결과 ‘노동에 대한 선입견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5점 만점에 4.11점, ‘노동자 존중도가 올라갔다’는 항목은 4.21점이었다. ‘노동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는 4.14점이었다.
또 설문 대상자의 약 70%가 노동자로 일해 본 경험이 있었지만 노동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70.4%에 달했다. 수업을 맡은 박재춘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등학교에서도 노동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학생들은 오히려 노동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본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가치관을 바르게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교육을 확대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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