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2년 만에 마이너스 전환…정부 “당분간 반등 어렵다”

박상영·반기웅 기자 2022. 11. 1. 22: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불황 등 영향…에너지 수입 급증에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적자
정부, 반도체 1조원 재정 투입 등 발표…대부분 중장기 대책 효과 논란
전문가들 “과거식 수출 대책” 비판 속 “첨단제품 국산화 늘려야” 주장

반도체 등 주요 품목 부진으로 지난달 한국의 수출이 2년 만에 줄었다. 국제원유 등 에너지 수입액이 큰 폭으로 늘면서 무역수지는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무역수지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524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수출 감소는 2020년 10월(-3.6%) 이후 2년 만이다.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 시장 위축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요 감소 등이 겹쳤다.

15대 수출 품목 중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이 늘어난 것은 자동차, 자동차부품, 석유제품, 2차전지 등 4개뿐이었다.

반도체는 1년 전에 비해 수출액(92억3000만달러)이 17.4% 줄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요가 줄고 재고가 누적됨에 따라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하락세다. 전 세계적인 소비 둔화 영향으로 무선통신기기(-5.4%), 컴퓨터(-37.1%), 가전(-22.3%) 수출도 줄었다.

반면 지난달 수입은 591억8000만달러로 9.9% 증가했다. 국제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1% 늘었다. 배터리 소재·원료가 포함된 정밀화학원료 (57.2%) 등도 수입 증가세를 이끌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67억달러 적자를 기록, 전달(37억8000만달러)과 비교해 약 1.7배 늘었다.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355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이던 1996년 206억달러보다 약 150억달러 많다.

수출이 2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경기가 둔화세를 넘어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글로벌 IT 경기 위축이 IT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반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도 “주요국의 금리 인상, 수요둔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우리 수출입 여건이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은 기저효과 영향에 반도체 상황마저 어려워지면서 수출 감소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정부는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등 주력 산업과 해외건설, 중소·벤처,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과 관련한 ‘5대 분야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실행계획’을 내놓았다. 반도체에 1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관련 유망기술 연구·개발(R&D) 지원도 확대한다. 대기업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 공제율을 중견기업 수준으로 상향하는 등 세제 지원 확대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대부분 중장기 대책이어서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생산기지를 해외에서 국내로 옮겨가는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재정·세제 지원을 통해 생산 비용을 낮추고 수출을 유도하는 전략이 더 이상 과거처럼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정책으로 개선될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 등 강대국들이 생산기지를 자국 내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식 수출 대책은 한계가 있다”며 “양적인 성장보다 핵심 첨단제품의 국내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반기웅 기자 sy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