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창립기념일…‘뉴삼성’ 메시지 안 내고 이태원 참사 애도

삼성전자 53주년 ‘차분한’ 기념식…이 회장 불참·각종 행사도 취소

이재용 회장 승진 후 첫 창립기념일을 맞은 삼성전자가 국가애도기간을 고려해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기념식을 가졌다. 이 회장은 창립기념일에 참석하지 않았고 별도 메시지도 없었다.

삼성전자는 1일 경기 수원시 본사에서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3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한 부회장은 “새로운 기회 영역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메타버스 등에서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신사업 기회를 창출해 성장 모멘텀을 확대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구적인 준법정신과 문화가 삼성전자의 기본 가치로 자리 잡도록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사내 동호회 공연 등이 준비돼 있었지만 ‘이태원 핼러윈 참사’ 애도를 위해 전면 취소됐다. 식전에는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이 진행됐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전날 사내 게시판에 애도 메시지를 내고 “소중한 가족과 지인을 잃은 모든 분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임직원 여러분은 국가애도기간 희생자 추모에 함께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내에도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직원들이나 유가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창립기념식에서 새로운 삼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날 이 회장은 아무런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회장 취임 전부터 삼성을 이끌어 왔다”면서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서 2019년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도전과 기술, 상생을 통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자”는 내용의 영상 메시지를 내기도 했지만, 다른 창립기념 행사에선 메시지를 내거나 참석한 적은 없다.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회장 취임 때도 이틀 전 사장단에 전한 ‘미래를 위한 도전’이란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리는 것으로 취임사를 갈음했다. 이 회장은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진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삼성 등 회장 메시지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계획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