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자금 95조 공급…시중 ‘돈줄 가뭄’ 해갈될까

유희곤·최희진 기자 2022. 11. 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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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은행채 탓 자금난 비판에
건전성 위기 등 고려 ‘책임 분담’
연말까지 유동성 공급에 73조
채안·증안펀드에 12조 투입
김주현 “금융권 적극 나서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가 시장 안정을 위해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유동성과 계열사 자금 지원에 나선다.

대규모 은행채 발행으로 은행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채권시장 경색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자금시장 악화는 금융기관 건전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은행 역시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1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 73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12조원, 지주 그룹 내 계열사 자금 공급 10조원 등으로 시장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은행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해 채권 투자 자금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도록 유도하고,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수은행채·여신전문금융사채를 포함한 회사채, 기업어음(CP)·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다. 또 머니마켓펀드(MMF) 운용 규모를 유지해 환매로 인한 시장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고 제2금융권의 신용 공여 한도(크레디트라인)도 유지해 기업 등의 자금 수요를 최대한 보장해주기로 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금융지주와 은행의 일시적 이익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의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으로 인한 대출규모 확대, 글로벌 긴축 등에 기인한 측면이 큰 만큼 금융권이 자금시장의 원활한 순환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후 취재진에게 “이전에는 매크로한(거시적) 관점에서 봤는데 최근에는 마이크로하게(미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분야를 일일 자금 동향 점검 식으로 체크한다”면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거 같으면 조치가 바로 나가기 때문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경향신문 10월29일자 3면 보도).

금융위는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를 격주로 공식 정례화하고 실무진 상시 회의 채널도 구축하기로 했다.

5대 금융지주가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고 95조원의 유동성을 풀기로 한 것이 채권시장 안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올해 시중은행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준수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확대, 기업대출 자금 마련 등을 위해 공격적으로 은행채를 발행해 시중 자금을 끌어모았다. 은행채 대량 발행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으로 채권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던 요인 중 하나였다.

금융지주가 회사채·CP·ABCP 등을 매입해 유동성을 투입하면 단기 자금 시장의 투자 심리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A금융지주 관계자는 “채권, 어음 매입은 금융회사가 자산을 운용하면서 상시적으로 하던 일”이라며 “이번 조치는 유동성 공급이라는 금융회사의 역할을 좀 더 확대하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유동성 공급 조치는 금융사 자산 운용의 방향을 단기 자금 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중장기적으로 금융회사에도 이로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수출이 축소되는 등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미분양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도 커지고 있어 단기 처방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가 완화되어야 채권시장 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희곤·최희진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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