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에 불법 건축·가설물…‘발 디딜 틈’ 줄였다

[앵커]

사고가 난 골목은 유독 좁았습니다.

임시로 만들어놓은 시설물이나 불법 건축물이 사람 다닐 공간을 차지해 사고에 영향을 줬는지도 경찰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양민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최대 폭 3.2미터에 불과한 이 골목은 한쪽으로 주점들, 다른 한쪽으로는 호텔 측면과 닿아 있습니다.

여기서 호텔 건물 쪽을 보면, 분홍색 철제 외벽이 눈에 띕니다.

원래의 벽면과는 색상과 재질이 다른 일종의 가설물을 덧댄 겁니다.

그만큼, 골목 안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습니다.

호텔 측은, "에어컨 실외기 등 공조 시설을 보호하는 외벽이며, 법적으로 문제 없는 시설"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현행법 상 '지붕'이 있어야 건축물이 되지만, 이 가설물엔 지붕이 없어 건축법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위법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좁은 골목을 조금이라도 더 비좁게 만든 건 사실입니다.

이 외벽에서 20미터 정도 떨어진 윗길에는 불법이 적발된 건축물도 있습니다.

주점용 테라스인데, 같은 호텔의 공간 일부를 임차해서 운영하는 업소입니다.

마찬가지로 인접 골목을 더 좁게 만든 요인이 됐습니다.

[해밀톤 호텔 관계자/음성변조 : "(테라스 증축 관련해서는) 그거는 저희 호텔 측에서 하는 게 아니고 쇼핑몰에서 임대를 준 곳이라, 그거는 그쪽 사장님한테 직접 전화를 해서…"]

구청이 지난해 건축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지만, 호텔 측은 이행 강제금을 내면서 철거를 미뤄왔습니다.

테라스 바로 맞은 편 또 다른 주점에도 도로를 좁힌 가설물이 있었습니다.

핼러윈용 임시 부스를 만들었던 건데, 그 공간만큼 역시나 통행에 방해가 됐습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하필 그날 이제 전과는 다르게 그 거리에 나무로 판자로 그거를 지어놨더라고요. 거의 한 (도로의) 1/4에서 1/3 정도는 잡아먹지 않았을까 생각하고요."]

현행 건축법상 도로 폭은 최소 4미터 이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고가 난 골목은 '4미터 규정'이 시행된 1973년 이전에 조성을 마쳤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결국 참사의 현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 안민식 김경민/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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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