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증축만 안했어도…5m → 4m → 3.2m 이태원 그 골목

-지난해 11월 불법증축 판정
-호텔 서편 골목은 가벽으로 막혀 ‘병목’

이번 이태원 압사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최소 3.2m에 불과한 좁은 골목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 지점에 인접해있는 이태원 해밀톤 호텔에 불법증축된 건축물들이 당시 시민들의 대피를 어렵게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매일경제가 확인한 해밀톤 호텔 일반건축물대장에 따르면 해밀톤 호텔은 세계음식문화거리 방면 테라스를 증축했다가 지난해 11월 10일 서울 용산구로부터 불법증축물로 지정, 400만원의 강제이행금 부과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증축 사실이 관할구청으로부터 지적을 받았음에도 1년 가까이 해당 구조물을 철거하거나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이 구조물은 지면에 접한 호텔 2층 음식문화거리 방면에 위치했으며, 테라스 형태로 폭 1m 길이 17m 정도의 크기, 면적은 17.4제곱미터로 경량철골과 유리로 제작됐다.

세계음식문화거리는 평균적으로 폭이 5m정도인데, 이 테라스 설치로 인해 도로폭이 4m남짓으로 줄어든 것이다. 당시 상황이 음식문화거리에서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을 통해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내려가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압사가 발생했다는 점으로 미뤄볼때, 음식문화거리 방향 도로폭이 역시 테라스로 인해 좁아지면서 시민들이 대피에 더 어려움을 겪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더해 핼러윈 당일에는 테라스 맞은편 호텔 별관 앞에도 폭 1m의 행사부스가 설치됐는데, 이 때문에 사고 지점 바로 앞 도로 폭은 3m까지 줄어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해밀톤호텔 자체가 1970년에 준공된 건물인 만큼, 대부분 건물과 구조물들이 현재 기준의 도시계획에 맞지 않는다는 점 역시 지적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참사가 발생한 호텔 서편 골목 호텔 쪽에 설치된 가벽이다. 4m정도인 서편 골목은 가벽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폭이 3.2m로 좁아진다. 이 가벽 역시 호텔이 무단 증축했다가 2016년 구청의 지적을 받고 철거한 뒤 남겨져 있는 구조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참사 당시 서편 골목이 이태원역 방향으로 향하면서 점점 좁아져 ‘병목현상’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제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