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금지’ 사실상 1년 더 미룬 정부
‘부득이한 경우’ 예외…환경단체 “강제 안 하면 누가 지키나”
오는 24일부터 식당·카페의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과 슈퍼마켓·일부 편의점 등 중소형 매장의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다. 하지만 1년간 계도기간을 둔 탓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업체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단체들은 사실상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조치를 1년 유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이 포함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세부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31일 개정된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에 따른 조치다. 2019년 대형매장에 이어 비닐봉지 사용 금지 매장이 확대됐다.
앞으로 식품접객업소에서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다. 매장 면적이 33㎡를 넘는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체와 제과점에서는 비닐봉지를 유상으로도 제공할 수 없다.
현재는 면적이 3000㎡ 이상인 대규모 점포와 165㎡ 이상인 슈퍼마켓에서만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체육시설의 일회용 플라스틱 응원용품과 대규모 점포의 우산 비닐도 사용이 금지된다.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지키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환경부는 1년간 계도기간을 둬 이를 유예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실질적인 감량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세밀한,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기에 1년간 계도를 통해 제도를 안착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사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계도 기간 동안 지자체, 관련 민간단체 등과 함께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접객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이 보이지 않게, ‘무인 주문기’(키오스크)에서는 일회용품 미제공이 기본값이 되도록 권장한다.
환경부는 이번 계도는 그간의 방치형 계도와 달리 사업자의 감량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고 지원함으로써 자율 감량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은 반발했다. 계도기간 동안 식당·카페나 슈퍼마켓 등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강제할 수단이 없으니 업체가 이를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환경단체들로 이뤄진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환경부가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를 포기한 것”이라며 “ ‘사업장 상황으로 인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금지사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것은 제도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도록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환경회의는 “(정부 목표대로)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을 20% 감축하겠다면 첫 번째로 해야 하는 일이 일회용품 사용 규제”라며 “규제 없이 플라스틱 사용량과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일 수 없다. 말 잔치뿐인 환경부의 정책, 신뢰를 잃은 환경부. 국민은 더 기대할 환경정책이 없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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