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리, 외신 질문에 140분 대응… 명함 뿌리며 “언제든 전화하라”

김은중 기자 2022. 11. 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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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기자 상대 140분 기자회견
”정부 무한 책임, 안전한 국가 위해 개혁”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명함 뒤편에 제 전화번호가 있어요. 궁금한게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세요.”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오후 이른바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를 찾아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약 2시간 30분 가까이 현장에 머물며 질문 공세에 대응한 것이다. 한 총리는 “국민 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무한대로 책임지는 것이 우리 정부”라며 “‘군중 관리’에 대한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과 체계적인 노력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10여개국 50여명의 외신 기자들이 모여 한 총리에게 외국인 26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 당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선 왜 인재(人災)가 주기적으로 일어나는가”(뉴욕타임스) “젊은 청년들이 이태원에 가 있던 것이 잘못된 것인가”(가디언)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로 위기에 처했는가”(아시아타임스)하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럴 때마다 한 총리는 한국말에는 한국말로, 영어에는 영어로 답변하며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한 총리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무엇이 참사의 원인인지, 책임질 사람이 누군지 조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역량을 총동원해 사고 수습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건 당연히 우리 정부의 중요한 몫이고 피해서는 안되는 의무”라며 “더 안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고 했다. 사고 현장을 찾았던 한 총리는 “큰 길 두 개를 연결하는 조그만 골목길이 세 가지가 있었는데 왜 그 중간에서는 참사가 일어나고, 양쪽에 있는 유사한 좁은 골목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는데 ‘상식적 비전문가’가 가지는 궁금증이 있다”면서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나 절차에 기반을 둔 판단이 아닌 다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상당히 여러 요인이 단계 별로 모든 시점에 작동했다고 본다”면서도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군중 관리)’에 대한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과 체계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했다. 한 총리는 “대한민국은 비교적 수십년 동안 안전한 국가 중 하나였다”며 “우리가 그런 안전한 나라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과감하게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한 총리는 “일부 정부 관료들이 코멘트(발언)했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뜻을 같이 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소통의 오류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도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발언해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를 대표하는 한 총리가 사실상 사과를 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 총리는 “국민의 안전을 무한대로 책임지는 게 정부”라며 “그런 책임을 면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날 한 총리는 기자회견장에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어 약 2시간 30분 동안 머물렀다. 한 총리의 기자회견은 유튜브 등으로도 생중계됐는데, 회견을 전후로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명함을 돌리며 “궁금한게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궁금증을 해소하라”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를 대표하는 국무총리가 특정 현안 관련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고 장시간 질문 받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 총리는 매달 2~3차례 총리실 출입기자단을 상대로도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국정 운영에 있어서 내신, 외신을 가리지 않고 언론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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