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파출소 지시사항엔 ‘핼러윈’ 없었다···“경찰 대비 전무했단 것”[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이태원동 일대를 관할하는 이태원파출소의 근무일지에 핼러윈 관련 지시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근무일지에는 당일 저녁 중점을 두어야할 중요지시사항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경찰이 핼러윈 관련 지시사항을 일선 파출소에 하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이 당일 사고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신고를 받았음에도 부실 대응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책임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이 이날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당시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동 일대를 관할하는 이태원파출소의 지난달 29일 근무일지를 확인한 결과 중요지시사항 중 핼러윈 데이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지시사항 내용에는 ‘대테러 예방 국가중요시설, 대사관·저 집중순찰 철저’ ‘흉기소지 등 중요사건 출동 시 방탄복 착용 등 경찰관 안전에 유의’ ‘공무원 기강 확립’, ‘용모복장 단정’ 등 일상적인 내용만 담겼다.
경찰청이 이날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현안보고한 내용에서 “치안 수요 급증에 대비해 이태원 파출소의 투입인원을 증원하는 한편 인접 지구대·파출소 관할구역을 임시 조정해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 지시사항에는 핼러윈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이밖에도 당일 근무일지에는 이태원 파출소에 증원 투입했다는 인원들이 어디 배치되는지 거점배치구역이 표시되지 않았다. 또 순찰코스의 거점지역에 사고가 일어난 골목 주변은 포함되지 않았다. 핼러윈 행사에 대비한 경찰 차원의 혼잡 대응 회의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의원은 “지시사항에 늘 하던 대로 대테러 등만 있고, 그날의 상황에 대비한 근무 지시 사항이 한마디도 없다”며 “인력만 지원했지 무엇을 위해 한다는 계획이 없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용산서에 그런 지시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고 그럼 당연히 서울청과 경찰청의 지시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핼러윈과 관련된 경찰의 대비는 전무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당시 참사 징후가 있었음에도 대응이 부실했다는 점을 두고도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부터 오후 10시11분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참사 현장의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총 11건 접수됐다고 이날 밝혔다. ‘112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며 “경찰이 좀 통제해달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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