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속 흔들림...이태원 참사 원인 분석한 日 방송
일본인 2명을 포함해 156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 원인을 두고 일본의 한 방송사에서 마네킹을 세운 채 당시 상황을 재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장과 비슷한 경사도를 만든 것은 물론 흔들리는 마네킹 사이에 직접 들어간 진행자는 사람들이 왜 단체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일본 ANN 방송사는 ‘재해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내보내며 사고 현장의 골목길 언덕을 재현해 검증했다.
스튜디오에 설치된 구조물은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을 재현한 것으로 비탈길은 경사도 10%(경사각 5.7도)로, 넓이는 1㎡였다. 그 공간 위에 9개의 마네킹이 바짝 붙어 놓았고, 사이로 기자가 들어갔다.
그는 “1㎡에 10명 이상이 들어가면 군중 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제 눈앞에는 앞사람의 후두부가 있고, 몸을 움직일 수 없으며 압박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마른 체형의 마네킹인데, 실제로 사람들이 더 두꺼운 옷을 입고 소지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압박감이 더 심했을 것 같다”며 “발밑은 당연히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니) 경사가 더 급격하게 느껴지고 어느 쪽이든 무서운 느낌이다”고 말했다.
군중들 사이에서 중심을 잃고 앞으로 쏠리게 되는 이유에 관해서는 “서로 몸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지만, 누군가 허리를 숙이거나 땅에 떨어진 걸 주우려고 하면 주위에 있던 사람은 지탱하던 것(앞사람의 상체)이 없어져서 넘어지고 만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그 앞에 있던 사람도 함께 넘어지는 등 도미노처럼 우르르 쓰러진다. 경사가 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일본 도시방재 전문가인 히로이 유 도쿄대 교수는 1일자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이태원 참사를 ‘군중 눈사태’로 설명하기도 했다.
군중 눈사태란 1㎡당 10명 이상이 밀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넘어지거나 주저앉을 경우, 균형을 잃은 주변 사람들이 차례로 빈 공간 방향으로 쓰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히로이 유 교수는 군중 눈사태가 발생한 원인으로 중간에 폭이 좁아지는 도로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경우, 군중을 유도하는 경비 태세가 불충분한 경우, 사람들이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 흥분상태가 된 경우 등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해당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이태원 참사 원인을 분석하며 “이제 해마다 핼러윈이 돌아오면 이 참사가 떠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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