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위주 규정된 중대재해…‘이태원 골목’엔 적용 힘들 듯

유선희 기자 2022. 11. 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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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중대재해법’ 적용 가능할까
해밀톤호텔 옆 경사진 도로
현행법으로 일반도로로 분류
공공이용시설 등 범주 미포함
관련자 책임 명확히하는
시행령 개정 등 조치 필요

올해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한다. 중대산업재해는 말 그대로 산업현장에서 입은 재해를 말한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설치, 관리상 결함 등으로 인한 재해다. 여기에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또는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시민재해가 성립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고 감독의무를 위반한 법인 또는 기관에 벌금형을 부과하며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이 ‘중대재해’로 야기된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서는 1일까지 시민 156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도 157명이 나왔다. 그렇다면 이태원 참사는 중대시민재해로 볼 수 있을까. 현행법으로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중대시민재해에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그 이용자 또는 그 밖 사람의 생명, 신체 안전을 위해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대산업재해는 근로자와 노무 제공자가 대상이고 중대시민재해는 이용자와 일반 시민이 대상이다. 중대산업재해 수사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 중대시민재해는 경찰이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는 공중이용시설 범위를 규정한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따르면 준공 후 10년 이상 된 도로교량, 도로터널, 철도교량, 철도터널과 바닥면적 2000㎡ 이상 주유소·가스충전소, 종합유원시설업의 유기시설 또는 유기기구(놀이공원) 등 6곳이 해당한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일반도로’는 들어가 있지 않다.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중대시민재해다. 시민 17명이 죽거나 다친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 16명이 숨진 2014년 10월 경기 성남시 판교 야외공연장 환풍구 붕괴 사고는 중대시민재해가 아니다. 철거 중인 건물을 다중이용시설로 보기 어렵고, 시민들이 추락한 판교 환풍구 역시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관리상 결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경사진 골목도 현행법으로는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수단 범주로 보기 어렵다. 지난달 31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성명서를 내고 “중대재해법 제정운동 당시 공연, 강연 등 인접 장소에도 경영책임자 의무 및 안전관리에 대한 공무원의 책임을 부여해 법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입법 청원 운동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정해진 이용자가 아닌 인근 관객이나 유동 시민에 대한 부실한 안전관리와 시민참사가 반복되는 만큼 ‘인접장소’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사무처장은 “이태원 참사는 길 자체의 위험보다 질서유지가 안 됐고, 안전 문제가 예측 가능한데 경찰병력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아서 발생한 것으로 관련자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시행령 개정 등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대재해법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대재해전문가네트워크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상 시민재해를 어떻게 규율할지에 대해선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한데, 모든 것을 다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며 “재난안전법에서 안전 대책이나 의무를 추상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법적 의무로 명확히 하고, 관련 대책을 세우지 못했을 때 책임을 묻도록 하는 등 촘촘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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