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리본’ 지침 놓고 공직사회 우왕좌왕

이성희·김원진·강현석 기자 2022. 11. 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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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며 기존에 패용한 근조 리본 대신 길이가 짧고 글씨가 없는 검은색 리본으로 바꿔달고 있다. 연합뉴스
행안부 ‘글자 없는 리본’ 공문
공무원들 “이런 경우는 처음”
전국 합동분향소 설치하며
‘희생자’가 ‘사망자’ 변경도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이후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자체에 내린 공문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태원 사고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기하고, 애도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에는 근조(謹弔) 등과 같은 글자가 없는 것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공무원들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고 있다.

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행안부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각 지자체에 회의 자료를 보냈다. 오는 5일까지인 ‘국가애도기간’의 지자체 협조사항을 담고 있다. 행안부는 회의 자료에선 분향소 명칭을 ‘이태원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명기했다.

그러나 행안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늦게 보낸 공문을 통해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로 쓰라고 알렸다. 영정이나 위패는 생략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당시 행안부 지침을 접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때도 희생자라고 표기했는데 이번에는 희생자가 사망자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무슨 의도가 있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브리핑에서 ‘희생자’가 ‘사망자’로 바뀐 경위를 묻는 질문에 “가해자나 책임 부분이 분명한 경우에는 희생자·피해자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사고 원인이) 객관적으로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검은색 리본도 도마에 올랐다. 행안부는 지난달 30일 공문을 보낸 이후 별도의 업무연락으로 각 지자체에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 패용을 지시했다.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 지침으로 지자체마다 혼란을 겪었다. 전남도 등은 기존에 사용하던 근조 리본을 준비했다가 급하게 검은색 리본을 새로 구매해 공무원들에게 나눠줬다. 근조 글씨가 쓰여 있는 리본을 뒤집어 패용한 지자체도 있다.

이 지침은 인사혁신처가 만들어 행안부를 통해 전달한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검은색 리본 패용을 안내했는데 각 기관과 지자체 등의 문의가 많아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토록 설명한 바 있다”고만 했다가 논란이 일자 “애도를 표할 수 있는 검은색 리본이면 그 규격 등에 관계없이 패용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성희·김원진·강현석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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