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데이터 아니어도 ‘추이’만 알면 극도의 혼잡 막는다
교통 통계로 ‘밀집’ 예측 땐 사고 예방…SNS도 활용 가능
생활안전지도에 ‘밀도’ 추가를…재난 관련 법 재정비 필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다수의 사람이 밀집된 행사·축제에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진 여러 예측 수단을 군중 밀집 시 대응에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추이’는 군중 밀집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를 이용한 통신자료처럼 실시간 데이터가 아니더라도 추이로 군중 밀집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고 본다.
통계분석 기관인 ‘언더스코어’가 제공한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녹사평역·한강진역 하차 인원 추이를 보면, 올 초 2만명 선에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증가 추세는 꾸준히 이어져 최근엔 코로나19 확산 이전 2019년 수준인 3만5000명 선을 회복했다.
실제 지난달 29일 이태원역의 하차 인원은 8만1573명이었다. 2018년(6만2085명)과 2019년(5만8061명) 핼러윈 주간 토요일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당일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은 13만여명이었다. 이 또한 2018년·2019년보다 3만명가량 많은 수치였다.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는 “이 정도 인파를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식의 설명은 통계 추이를 보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트위터 검색량 또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6년 10월~2022년 10월 트위터에서 ‘이태원’ 언급량(중복글 제외)을 보면, 올해는 200여개에서 점차 늘어나다가 핼러윈 일주일 전에는 650여개까지 3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이전에는 같은 기간 언급량이 늘어나긴 해도 500개를 넘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태원 참사 직후인 지난달 31일 인파가 밀집한 상황에서 디지털 데이터로 위험을 예측하고 안전사고를 경고하는 시스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또한 공공 데이터를 담당하는 부처이기 때문에 공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설물 안전, 치안, 보건 등을 표시한 생활안전지도에 군중밀집지역을 표기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생활안전지도에는 현재 사고다발지역, 상습결빙구간, 범죄주의구간, 붕괴발생이력 등의 정보가 담긴다. 김병식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놀이공원이나 홍대입구 등 군중 밀도가 높은 지역을 생활안전지도에 넣으면 정부와 지자체, 시민 모두 군중밀집지역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군중 밀집 시 대응에도 기본 참고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인구 밀집 정도를 알려주는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의 누적 데이터를 활용해 생활안전지도에 군중밀집지역을 표기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서울시는 한 해 예산 1억4000만원이 들어가는 도시데이터를 운영하면서도 안전 알림 시스템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재난 안전 관련 법령 재정비에 관한 의견도 정치권·법조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재난안전법과 매뉴얼상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관리 책임자가 없다는 논리를 들어 책임 회피를 해왔다.
논란이 된 재난안전법 제66조의11은 지역축제를 개최할 때 안전관리 조치를 다룬다. 해당 법령에는 지역축제 개최 시 안전계획 수립 주최가 없을 때의 책임자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개최자가 없는 지역축제의 경우’를 신설해 지자체에 1차적으로 안전관리를 하게 하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재난안전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으로 군중 밀집에 대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때나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사람을 경고·피난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류 변호사는 “집회에서 경찰들이 집회 참가자에게 행동을 강제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조항”이라며 “기존 법령을 적용해 재난 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하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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