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주최 없어 관리 난항” 외신 회견서 ‘제도 탓’
오전 급하게 2시간 회견 일정
정부 추가 사과 입장도 없어
간담회 중 농담 ‘구설수’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외신 기자간담회를 2시간20분 동안 열었다. 주최 없는 행사의 안전관리가 어렵다는 제도적 문제를 강조하며 경찰 부실 대응 논란에 거리를 뒀다.
한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외신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외국인 사상자 41명이 포함된 참사와 관련해 외신들이 정부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자 이를 해명하기 위해 이날 오전 급하게 잡힌 일정이다.
한 총리는 “주최 측이나 지자체가 없을 경우 경찰이 중앙통제된 방법으로 군중 관리를 할 수 없다”며 “치안 담당 인력을 많이 투입했더라도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국민 안전을 무한책임지는 게 정부이기 때문에 책임을 면하는 건 있을 수 없다”면서도 경찰이 사전에 신고를 접수하고 제대로 대응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에는 거듭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한 총리는 “선제적 예방 기법이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번에 저희가 미흡했던 부분은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책임 회피 논란을 빚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발언에 대해 “저희가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추가 사과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 총리는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며 또다시 어려움에 직면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건을 보면 한국은 여전히 잘 대응하고 있는 면모가 확실하다”며 “지속적으로 이런 부분에서 역량을 제고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 총리가 간담회 도중 정부 책임을 묻는 질문에 농담을 섞어 답해 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총리는 영어로 세번째 질문을 들은 뒤 “저는 잘 안 들린다. 통역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라며 “지금 물으신 게 결국 이러한 참사가 정부 책임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라는 건가”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에 기자가 한국어로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 질문한 것”이라고 다시 질문했다.
한 총리의 답변이 끝난 뒤 사회를 보던 총리실 관계자가 “통역과 관련해 문제가 있어서 죄송하다”고 영어로 말하자 한 총리는 고개를 돌려 해당 관계자를 쳐다보며 한국어로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농담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지금 농담할 상황인가” “보고도 못 믿겠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한 총리가 답변 과정에서 간혹 웃음을 띤 것을 두고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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