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주최자 유무보다 국민 안전”…사과 표명은 ‘유보’
국무회의서 “책임 구분 말고 제도적 장치 마련을” 방점 이동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신설…출근길 문답 5일까지 중단
“지금은 진상규명 주력할 때” 강조 속 관련자 경질 등 고심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두고 “주최 측이 있느냐 없느냐보다 국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발생 사흘 만에 공식 사과했다.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인 윤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다. 경찰의 112신고 접수 녹취록 공개로 부실 대응이 드러나면서 정부 책임론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안전에 선제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나중에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 위험을 인지한 이후 통제를 시작하면 늦다”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미리 협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이번 참사에 대해 정부 개입의 제도적 한계를 언급한 데서 정부의 무한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점이 이동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 등과의 확대 주례회동에선 “이번 사고와 같이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사고 예방 안전 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기류 변화는 이날 드러난 경찰 부실 대응과도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공개한 ‘112신고 녹취록’을 보면 참사 4시간 전인 오후 6시34분부터 압사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이어졌지만 참사를 예방할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전 이를 보고받고 경찰을 질타하며 엄정한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실은 즉각적인 정부 책임론 인정이나 경질론에는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책임소재 관련 질문에 “책임이나 그 이후의 문제는 진상 확인 결과를 지켜본 뒤에 해야 할 이야기”라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진상 확인 결과에 따라 이 장관과 윤 청장 등 책임론이 제기된 인사들을 경질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사안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부실한 대응이 확인되면서 이 장관 경질 요구 등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참사 나흘째인 이날 이 장관과 윤 청장은 공식 사과했지만 이날까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차원에서 정부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사과를 논의하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고 원인을 규명한 다음에”라며 “현재는 진상 확인에 주력할 때”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신설을 결정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관성적 대응이나 형식적 점검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일 오전 외부 일정 없이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했지만 통상 해오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실시하지 않았다. 오는 5일까지인 국가애도기간 동안 출근길 문답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애도와 재발방지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지만 리스크 관리의 성격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형 참사가 빚어진 시기야말로 대통령이 직접 상황을 설명하고 희생자들과 국민을 위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통령실이 출근길 문답에서 예민한 질문이 나올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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