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법적 책임·정치적 책임 ‘분리 대응’ 기류
여권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분리해 대응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수긍하면서 법적 책임은 묻기 어렵다거나 사고 수습 이후에 법적 책임을 논의하자는 형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책임자들이 1일 일제히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도 정치적 책임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정부 차원의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법적 책임에는 선을 그어 향후 야당과의 책임 공방, 검경 수사, 희생자 배상 논란에 대비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윤석열계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책임의 문제는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이 있다”며 “당연히 치안을 관리하고 지자체가 있으니까 왜 책임이 없냐고 말하는 부분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적 책임은 아주 복잡하다”며 “안전관리 주체가 없다는 것은 안전관리를 할 의무자가 없다는 것이다. 의무가 없는데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 않나. 법률적으로 그렇다”고 말했다.
정부와 경찰에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을 묻긴 어렵다는 취지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의 책임은 직간접적으로 모든 걸 다 수용하고 책임지는 것”이라며 “이런 경우는 책임이 없고, 저런 경우는 책임이 있고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참사에 대해 정치적으로 무한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사태를 수습하고 이분들(유가족) 위로부터 하고 논리적 문제는, 법적 문제는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여당에선 이날도 “경찰·소방 인력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등 발언으로 책임 회피 논란이 일었던 이상민 장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여권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를 인정할 경우 향후 검경 수사나 사망자·부상자에 대한 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는 5일까지인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후 야당과 벌일 책임 공방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조미덥·정대연·조문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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