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밀린 듯…윤희근·이상민·오세훈·용산구청장 ‘쏟아낸 사과’
윤 청장 “112 신고 처리 미흡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현안보고에 앞서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한 무한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와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도 사과를 표명했다.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관련 기관의 수장들이 잇달아 고개를 숙인 것이다. 특히 국가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이 장관의 사과를 두고 ‘뒤늦은 사과’ ‘떠밀리기식 사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일각에서도 이날 이 장관 파면론이 제기됐다.
윤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고 내용을 보면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 참석한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 일대 핼러윈 축제와 관련한 112신고를 접수했지만 ‘일반적인 불편 신고’로 판단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오후 9시 이후에는 ‘인파가 너무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여러 건의 신고가 있었지만 특별한 조치가 없었다. 사고 발생 시점인 오후 10시15분부터는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100여건의 신고가 몰렸다.
윤 청장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경찰에 맡겨진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를 본청 직할 특별수사본부 체제로 전환했다. 특수본은 손제한 경남경찰청 창원중부서장(경무관)을 본부장으로 총 501명이 편성됐다. 또 경찰청은 감사담당관을 팀장으로 총 15명 규모의 특별감찰팀도 꾸렸다.
이 장관은 국회 현안보고에서 “최근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드린 말씀으로 적지 않은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은 삼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었지만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빠져 있는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청사 2층 브리핑룸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참담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박 구청장도 입장문을 내고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이번 참사의 사망자가 1명 늘어 총 156명이라고 이날 밝혔다. 중상자는 1명 줄어 29명, 경상자는 122명으로 부상자는 총 151명이다.
이유진·김보미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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