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지금 아무도 통제 안해요"

조봉권 기자 2022. 11. 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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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긴급신고 112에 쏟아진 신고의 녹취록을 살펴보니,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소름 끼칠 만큼 정확히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이태원 상황을 걱정하는 시민의 112 신고 녹취록에는 '아무런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에서 나와 원웨이(일방통행)로 통행하게 하는 조처만이라도 취해 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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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긴급신고 112에 쏟아진 신고의 녹취록을 살펴보니,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소름 끼칠 만큼 정확히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오후 6시 34분 접수된 시민의 신고는 이태원 해밀톤 호텔 근처 도로의 구조와 문제점 그리고 다가오는 위기를 놀랄 정도로 냉철하고 간명하게 전달합니다.

“네. 그 골목에 지금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거든요. 그니까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 당할 거 같아요.…네 네. 지금 너무 소름끼쳐요. 그 올라오는 그 골목이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이태원 역에서 내리는 인구가 다 올라오는데 거기서 빠져나오는 인구와 섞이고…네. 그다음에 그 메인스트리트에서 나오는 인구하고 그다음에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사람들이 다 나와서 그 골목으로 다 들어가요.”

핼러윈 데이(10월 31일)를 앞두고 이태원 참사가 빚어지게 된 구조적인 이유가 이 시민의 설명에 다 들어있습니다. 이 시민은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네. 지금 아무도 통제 안 해요!” 3시간 뒤 밤 10시를 넘긴 시각, 이태원 참사가 터집니다. 이태원 상황을 걱정하는 시민의 112 신고 녹취록에는 ‘아무런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에서 나와 원웨이(일방통행)로 통행하게 하는 조처만이라도 취해 달라’고 말합니다. 이는 사고 직후 많은 전문가가 내놓은 ‘이 사고를 막기 위해 필요했던 방안’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이태원 참사에 관해 브리핑하면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이 발언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일시에 특정한 장소에 몰린 탓에 벌어진 사고에 대해 행정인들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하는 인식을 엿볼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의 긴급신고 112 녹취록을 볼수록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상당한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일한 인식을 보였던 이 장관은 1일 결국 이태원 참사 발생 사흘 만에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무한 책임이 있다”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지난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등이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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