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채용 빗장 풀리는 서울시향, ‘완벽 앙상블’ 예고

이강은 2022. 11. 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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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이 정원보다 27명이나 부족하고 악장 두 명 자리도 7년째 공석임에도 경직된 공공기관 채용규정 때문에 새 단원을 뽑지 못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이르면 내년부터 단원 채용에 나선다.

서울시향의 한 관계자는 "오케스트라는 연주자의 실력 못지않게 앙상블이 중요한 만큼 해외에서도 새 단원 선발 과정에 음악감독과 단원들이 주축으로 참여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특성을 무시한 규정 탓에 신규 채용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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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023년부터 새 단원 선발
총 27명 결원… 악장 두 자리도 비어
악단 특성 무시한 채용규정에 ‘발목’
내부 심사위원 추첨제 등 市와 절충
새 음악감독 판즈베던과 충원 박차
2028년엔 전용 콘서트홀 건립도
단원이 정원보다 27명이나 부족하고 악장 두 명 자리도 7년째 공석임에도 경직된 공공기관 채용규정 때문에 새 단원을 뽑지 못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이르면 내년부터 단원 채용에 나선다. 무려 8년 만이다. 2024년부터 5년간 서울시향을 이끌 세계적 지휘자이자 ‘오케스트라 조련사’로 유명한 야프 판즈베던(61·뉴욕필하모닉 음악감독)과 사전 협의를 거쳐 국내외 실력파 연주자를 충원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향의 숙원이던 전용 콘서트홀(공연장)도 이르면 2028년 생긴다. 2014년말 터진 내분 사태에다 이듬해 지휘자 정명훈까지 사임한 이후 정체 상태인 서울시향이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단원이 정원보다 턱없이 부족함에도 2016년부터 새 단원을 뽑지 못한 채 객원 연주자로 채워 온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단원 채용에 나선다.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이 지난달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에서 연주를 마친 뒤 단원과 함께 관객에게 인사하는 모습. 서울시향 제공
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도 서울시 예산안에 서울시향 출연금을 편성하기 위한 지난 9월 서울시의회 질의 과정에서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지난) 8년간 나가는 사람은 있었는데 채용을 못해 (악장도 없이) 부악장 2명이 돌아가며 악장대행을 하고 있다”며 “오케스트라 정원(123명) 중 27명이 결원이어서 빨리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단원 부족이 심각해진 이유로 정명훈 사임 뒤 4년간 새 음악감독이 없었던 점과 2018년부터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방지 차원에서 강화한 채용규정이 예술단체에도 그대로 적용된 점을 들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 출자출연기관 인사조직 지침’에 따르면, 채용 시험을 볼 때 심사위원은 외부 인사가 절반 이상이어야 하고, 평가 단계마다 심사위원이 중복돼서도 안 된다. 또 심사위원이 지원자와 아는 사이일 경우 심사를 맡으면 안 된다. 기존 단원이 상위 직급 연주자 채용 시험에 도전할 경우 해당 심사위원은 모두 외부 인사로만 채워져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향의 한 관계자는 “오케스트라는 연주자의 실력 못지않게 앙상블이 중요한 만큼 해외에서도 새 단원 선발 과정에 음악감독과 단원들이 주축으로 참여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특성을 무시한 규정 탓에 신규 채용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향 측은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에 채용 규정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규정 완화’를 호소해 왔고, 행안부는 서울시와 시향이 협의해 해결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2020년 부임(3년 임기)한 핀란드 출신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도 “이런 규정으론 (실력·인화력·잠재력 등을 두루 갖춘) 새 단원을 뽑기 어렵다”며 서울시와 의회를 상대로 한 설득 작업에 힘을 보탰으나 무위에 그쳤다.

그러다 서울시향과 서울시는 협의한 지 2년여 만인 지난 6월 채용의 공정성을 담보하면서도 예술단체의 특성을 감안한 절충안을 마련했다. 심사위원에 내부 인사도 절반 참여하되, 내부 심사위원은 추첨으로 정하고 블라인드 채용을 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향 측은 “판즈베던 차기 음악감독과 상의해 내년 상반기 중 국내외에 채용 공고를 내고 그가 7월부터 (감독 지명자 자격으로 악단 지휘 차) 방한하게 되면 오디션을 거쳐 당장 급한 자리부터 채워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시향에 희소식은 또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서울시향 전용 클래식 콘서트 홀 건립 등 이르면 2028년까지 세종문화회관을 전면 개조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서울시향은 전용 공연장이 없어 서초구 예술의전당이나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등을 빌려 쓰는 실정이다.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가 전용 공연장에서 안정적으로 연습과 연주 활동을 하며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한편, 서울시향의 내년도 총 예산안 규모는 서울시 출연금(약 183억원)과 공연 수입 등 자주재원(약 51억원), 세계잉여금(약 14억원)을 합쳐 248억여원이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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