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화 미국 대법원, '대입 인종 배려' 어퍼머티브 액션도 폐지하나

권영은 2022. 11. 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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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제도인 '어퍼머티브 액션'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인 연방대법원이 이 제도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심리를 시작하면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0월 31일(현지시간)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우파 단체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이 제기한 위헌 소송을 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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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 염원, 임신중지권 폐기 이은 2탄
연방대법원, 합헌 여부 심리 개시
보수 대 진보 6 대 3, 사실상 폐지각
미국 연방대법원이 어퍼머티브 액션의 합헌 여부를 따지는 심리를 개시한 10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 이 제도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AP

미국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제도인 '어퍼머티브 액션'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인 연방대법원이 이 제도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심리를 시작하면서다. 여성을 보호하는 임신중지(낙태)권이 지난 6월 대법원 판결로 폐기된 데 이어 이번엔 약자들을 사회·경제적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어퍼머티브 액션이 타깃이 됐다.


연방대법원, 합헌 여부 심리 개시

미국 연방대법원은 10월 31일(현지시간)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우파 단체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이 제기한 위헌 소송을 심리했다. 2014년 제기된 소송은 2019년과 2020년 1·2심에서 패소했으나 SFFA가 상고해 대법원으로 끌어올렸다. SFFA를 주도하는 건 아시아계 미국인들이다. 이들은 흑인, 히스패닉계 등을 우대하는 탓에 공부를 잘하는 백인과 아시아계가 역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SFFA는 "하버드대가 학과목 성적으로만 학생들을 뽑으면, 전체 미국인 중 인구 규모가 20%대인 아시아계가 신입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SAT에서 1,590점(만점 1,600점)을 받고도 아이비리그 대학 8곳에서 떨어졌다는 존 왕은 "내가 아시아인이 아닌 흑인이나 라틴계였다면 더 좋은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며 "구조적 인종 차별이 더 이상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 만큼 어퍼머티브 액션은 불필요하고,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2016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 시애틀 시호크스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경기에 앞서 포티나이너스의 콜린 캐퍼닉(가운데) 등 선수들이 무릎을 꿇고 인종차별에 항의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백인·아시안 역차별" vs "다양성 위해 필요

'제도로써 인종 차별을 적극적으로 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어퍼머티브 액션은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제안을 계기로 도입됐다. 흑인, 라틴계 등이 교육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계층 격차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인 만큼 인위적으로 보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됐다. 이 합의가 깨지면 미국을 떠받치는 다양성의 근간이 연쇄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지난달 31일 워싱턴 대법원 앞에 수백 명이 모여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 반대 시위를 벌였다. 노스캐롤라이나대 흑인 학생인 조런 빅스는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나면 현재 약 9%인 흑인 학생 비율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9%는 노스캐롤라이나주(州) 흑인 인구 비율(22%)에 크게 못 미치는 숫자다.

아시아계가 제도의 피해자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다. 대학 입시 과정에서 아시아계는 백인 학생보다 교사 추천을 많이 받지 못하는 데다 '레거시 프로그램(가족이 하버드 출신이면 가산점을 주는 제도)'도 백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어퍼머티브 액션을 폐기해도 아시아계 학생에게 대학 문이 더 활짝 열리진 않는다는 얘기다. "비(非)백인에게 허락된 작은 파이를 두고 아시아계가 더 많이 먹겠다고 하는 셈"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미 연방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을 이끌고 있는 6명의 대법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캐버노, 고서치, 배럿, 로버츠, 토마스, 얼리토. 연방대법원 제공

보수 우위 대법원, 폐기로 기우나

그간 대법원 입장은 "인종별 할당은 위헌이나, 인종을 '플러스 요소'로 삼는 건 다양성 증진 차원에서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수 대법관과 진보 대법관이 6명 대 3명 구도인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도 있다.

보수 대법관들은 다양성 가치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흑인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다양성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는데 도대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대입은 제로섬 게임"이라며 "소수로 분류되는 사람에게만 '플러스'를 주면 다른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어퍼머티브 액션을 지지한다. 엘리자베스 플레로거 법무부 송무 담당 차관은 "'인종 중립'적 방식이 이상적이지만, 고등교육의 조건은 아직 그러한 전환을 하기엔 무르익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내년 6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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