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핼러윈 축제는 달랐다… 29년전 압사 사고뒤 인파 대응 보니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 홍콩 최대 번화가 란콰이퐁에서도 주최자 없는 핼러윈 축제가 열렸다. 29년 전 압사 사고를 겪었던 곳인 만큼 철저한 대비 속에서 축제는 안전하게 진행됐다.
홍콩에서 5년간 거주하고 있는 교민 이정민씨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지 경찰의 핼러윈 인파 대응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란콰이퐁에서 열리는 핼러윈 축제에 3번 이상 가봤다는 이씨에 따르면 란콰이퐁과 이태원은 경사진 골목과 계단이 많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번화가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는 “바나 술집, 식당 이런 게 굉장히 많다. 특히 핼러윈 같은 때는 페스티벌을 위해 사람들이 다 몰려 바쁜 곳”이라고 말했다.
란콰이퐁은 1993년 새해 전야를 맞아 수많은 시민들이 몰리면서 21명이 숨지고 62명이 다치는 압사 사고를 겪었다. 이후 현지 경찰은 통제 매뉴얼에 따라 안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란콰이퐁) 핼러윈 축제의 경우 경찰이 주도하는 느낌이 있다”며 “뉴스를 읽어 보니까 란콰이퐁 상인회와 경찰이 연계해서 미리 계획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어 “경찰, 정부 웹사이트에서 몇시부터 몇시까지는 차량 접근과 집합이 금지되는 것 등을 미리 안내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현지 경찰이 수많은 인파 속에서 사고를 방지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경찰은 사람들과 함께 나란히 걸으며 일방통행을 하도록 통제한다. 경찰들이 골목을 가로막고 일렬로 줄을 지어 시민 무리들의 선두에 서서 공간을 벌리며 동선과 속도 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씨는 “가장 놀랐던 부분”이라며 “(일방통행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있고 없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꽉꽉 메워서 일방통행을 하는 와중에도 도로에 구급차나 다른 응급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봤다”고 했다.
또 이씨는 “(현지 경찰이) 입구랑 출구를 통제한다. 그래서 아무 곳이나 들어갈 수가 없고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경찰이 일종의 클럽 경비원 역할을 한다. 경찰은 적정 수준의 인파만 유지될 수 있도록 15~20분마다 입구를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숫자를 제한해서 들여보내고 나가는 숫자를 확인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씨는 “저도 익숙하지 않아 처음 봤을 때 불편한 거 아닌가, 축제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거 아닌가 생각도 했었다”며 “사람들이 통제의 지시를 순조롭게 잘 따르고 안전사고가 없는 것을 보면서 중요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시민들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식에도 현지 경찰의 통제를 믿으며 축제를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란콰이퐁을 찾은 레이첼(31) 씨는 서울에서 벌어진 비극에도 핼러윈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며 “홍콩 경찰은 이런 문제에 대해 매우 잘 조직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행사는 잘 통제된다고 믿고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란콰이퐁 상인 협회장은 “경찰이 1993년 비극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란콰이퐁은 안전하다”며 “경찰은 자신들이 정한 최대 운집 인원 선을 넘어가면 더 이상 사람들이 란콰이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것은 인파 통제 공식”이라고 말했다.
홍콩 경찰은 “서울 참사 이후 취한 특별 조치가 아니라 예년과 유사한 평소 행사 통제 매뉴얼”이라며 “우리는 수년간 란콰이퐁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대응해 온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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