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윤 대통령이 '이상민 실언' 나오지 않게 해야 했다"

김표향 2022. 11. 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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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가 주로 젊은이인 악몽 같은 재앙, 인기가 떨어지는 중도우파 지도자... 이 모든 국가적 비극이 정치적 인화점이 되고 있다."

이어 블룸버그는 "수만 명이 모인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한국 정부가) 경찰 137명을 배치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투입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 같은 것은 나오지 않게 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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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국무위원들과 함께 헌화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희생자가 주로 젊은이인 악몽 같은 재앙, 인기가 떨어지는 중도우파 지도자... 이 모든 국가적 비극이 정치적 인화점이 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로 충격에 빠진 한국 사회를 바라보며 미국 언론이 내놓은 현실 진단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핼러윈 참사로 매우 인기 없는 리더가 시험대에 오르다(Halloween Tragedy Is a Test For a Deeply Unpopular Leader)’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칼럼은 이태원 참사를 2014년 ‘세월호 참사’와 비교하면서 “두 사건 모두 관료 집단이 젊은이들을 실망시켰고, 피할 수 있었던 비극적 사건이 거의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칼럼 도입부에서 세월호 참사에 성의 없이 대처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를 소개했다. 통신은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에 대해 개인적 책임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선사는 과적을 했고 승무원들은 승객을 버려둔 채 떠났기 때문”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민심과) 정서적으로 동떨어진 반응을 내놨고, 탄핵으로 이어진 부패 스캔들(비선실세 논란)이 터지기 전부터 많은 국민이 그에게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7시간 행적 미스터리’를 남긴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참사 직후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수사전담반을 구성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에겐 실수할 여유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그 이유로 미국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최근 실시한 각국 정상 지지율 조사를 인용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22%였다. 최근 사임한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6.4%) 다음으로 지지율이 낮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에 앞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뉴시스

블룸버그는 1989년 영국 힐스보로 축구장 참사,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하지(성지순례) 참사 등 유사한 압사 사고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비극이 주는 근본적 교훈은 인력 배치, 병목현상 방지를 위한 예방적 치안 유지, 위험 지역에 대한 접근 제한 등 충분한 사전 계획으로 거의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서울에서 일어난 일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그런 사건은 피할 수 있고 또 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블룸버그는 “수만 명이 모인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한국 정부가) 경찰 137명을 배치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투입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 같은 것은 나오지 않게 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는 그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조언으로 글을 맺었다.

이 칼럼을 쓴 게로이드 라이디 기자는 한국과 일본을 전문으로 취재하며 북아시아 뉴스 속보팀을 이끌었고 도쿄지국 부국장을 지냈다. 칼럼은 블룸버그와 제휴를 맺은 미국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에도 실렸다. 당초 칼럼 제목은 ‘핼러윈 참사로 세계 최고의 비호감 리더가 시험대에 오르다(Halloween Tragedy Is a Test for the World’s Most-Disliked Leader)’이었으나, 현재 제목으로 수정됐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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