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행안부 넘어 용산구·서울시까지 ‘안전방치’ 책임론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구윤모 2022. 11. 1. 20:01
부실대응 정황에 비판 고조
민주당, 사고 당일 112 녹취록 공개
폭발적 인파속 생명 위협 상황 담겨
윤희근 경찰청장 “심각성 인지 못해”
용산서 감찰 착수·특별기구도 설치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흘 만에 사과
서울시 안전대책 미흡 비판 못 면해
시민단체, 이상민·尹·오세훈·朴 고발
구윤모·송은아·권구성·박진영 기자
민주당, 사고 당일 112 녹취록 공개
폭발적 인파속 생명 위협 상황 담겨
윤희근 경찰청장 “심각성 인지 못해”
용산서 감찰 착수·특별기구도 설치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흘 만에 사과
서울시 안전대책 미흡 비판 못 면해
시민단체, 이상민·尹·오세훈·朴 고발
3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이태원 압사 참사’를 놓고 경찰과 행정당국,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론이 번지고 있다. 경찰이 참사 당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은 서울시, 용산구에도 비판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결국 사과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브리핑을 열고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이었지만,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사고 당일 112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수없이 불어나는 인파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시민들의 다급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시민들이 현장에서 직접 신고를 통해 경찰에 알렸지만, 경찰이 이를 묵과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고 당일 접수된 112신고의 대부분이 “교통과 관련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태원 일대의 교통 관리에도 실패하면서 소방에 신고가 접수된 뒤 구급차의 진입 문제도 방치한 셈이 됐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도심부 집회로 교통량이 과했고, 구급차 등 출동이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졌다. 제일 먼저 구급차 통행로를 확보했다”고 해명했지만, 사고 당시 이태원 일대의 교통 정체로 구급차 진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고 결국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경찰은 참사 발생 전 막대한 인파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를 듣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태원 관할인 서울 용산경찰서는 참사 사흘 전 서울경찰청에 ‘(이태원에) 연인원 10만명 정도 참가가 예상돼 보행자 도로난입, 교통불편, 마약, 성범죄, 폭력 등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의례적 수준의 보고서로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발생 수일이 지나면서 상당수 유족이 장례를 마쳐 향후 참사에 따른 책임 규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이태원 관할인 용산경찰서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데 이어, 특별기구를 설치해 경찰 차원의 문제를 짚어보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잘못을 경찰 스스로가 규명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벌써 제기된다. 윤 청장은 이런 우려에 대해 “서울경찰청이 아닌 경찰청에 독립적으로 수사할 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수사 대상의 범위는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경찰의 수사권 범위에 있다”고 말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날 사고 발생 사흘 만에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박 구청장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용산구는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용산경찰서, 이태원역 관계자들과 4자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인파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됐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 날 열린 ‘핼러윈 대비 긴급 대책회의’ 역시 안전대책보단 이태원 일대 방역과 소독, 업장의 위생 상태, 마약 사건 예방 등에 초점을 맞췄다. 또 지난해 구청장이 회의를 주재한 것과 달리 올해는 부구청장이 주재했다.
서울시도 시민 안전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고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열흘간의 유럽 순방에 집중하면서, 서울시가 안전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참사를 수습해야 하는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이상민 장관의 발언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으며, 비판이 쇄도하자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공식 사과했다.
이날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이 장관과 윤 청장, 오 시장, 박 구청장을 직무 유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이태원 참사는 국가와 지자체에 의한 사상 최악의 행정 참사”라며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오게 했으므로 형법상 직무 유기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고 공수처에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면서 이 장관을 향해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구윤모·송은아·권구성·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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