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슬픔 강요하나... '국가애도기간' 선포에 온라인 논란 분분

이윤주 2022. 11. 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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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직후 정부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 것을 두고 온라인에서 찬반 논란이 분분하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 밤 12시까지 일주일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정부의 '국가애도기간' 선포에 대한 비판 의견이 속속 등장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온라인상에서 잇따라 유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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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기간 선포'에 유명 가수들 공연 취소하며 동참
"강요 말라" 트위터 메시지 6,000회 리트윗 호응 얻기도
1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직후 정부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 것을 두고 온라인에서 찬반 논란이 분분하다.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사회가 함께 나누도록 한 조치를 환영하는 반응이 많았지만, 국가가 기간을 정해 '애도를 강요한다'는 비판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덮어놓고 슬퍼하는 분위기'에서 참사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불가능해지고, 국가애도기간 각종 공연‧행사를 취소해야 하는 분위기 때문에 문화예술인들의 생업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질타도 나온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 밤 12시까지 일주일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애도기간 중 정부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시급하지 않은 행사를 연기한다. 또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족의 슬픔에 조용히 동참하자"며 유명인들의 콘서트, 공연 등 각종 행사 취소 소식이 줄을 이었다. 가수 이찬원은 지난달 30일 지역 행사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관객에게 양해를 구했고, 팬카페에도 "국가애도기간에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가수 장윤정, 이문세, 코요태 등도 공연을 취소하거나 미뤘다. 유명 유튜버들도 음식, 술, 여가에 관한 새 영상 업로드를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미술평론가 임우근준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국가 차원에서 애도기간을 설정해 계도하는 일, 적절하지 않다"며 정부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임 평론가는 "(국가애도기간은) 정권 방어용의 성격이 짙어 보이기도 하거니와 언로를 막는 역할을 한다"며 "각종 행사의 취소 요구도 부당하다. 소중한 일상은 계속돼야 한다"고 정부 조치를 비판했다.

배우 김기천 트위터 캡처

온라인에서 조심스레 나온 비판론은 배우 김기천이 1일 트위터에 "애도를 강제 강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올리며 폭발했다. 그는 "변명과 책임 회피만 하는 협잡꾼들에게 큰 벌이 내리길 바란다"고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대처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의 메시지는 9시간 만인 1일 오후 5시 현재 6,000회가량 리트윗되며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김기천 배우의 메시지가 나온 후 작곡가 겸 DJ 래피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왜 유독 공연예술가들만 일상을 멈추고 애도를 해야 할까?"라며 정부 조치를 꼬집었다.

정부의 '국가애도기간' 선포에 대한 비판 의견이 속속 등장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온라인상에서 잇따라 유포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최근 엘리자베스 2세 서거 때 국가애도기간이 각각 사건 발생 한 달 후, 장례식 후인 만큼 애도기간을 선포해도 참사 진상규명 후로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155명 사망자를 낸 2000년 오스트리아 빈 열차사고, 270여 명의 사망자를 낸 2014년 터키 탄광사고 때 두 나라는 곧바로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 바 있다. 2005년 교황 바오로 2세 선종 후 그의 조국 폴란드는 곧바로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고, 영국은 2002년 엘리자베스 2세 모후가 별세했을 때 곧바로 10일간의 애도기간을 가진 후 장례식을 치렀다.

국가애도기간 선포에 대한 찬반 양론이 분분한 가운데, 애도기간을 기리되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애도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임 평론가는 "시끄러워도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논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민주주의 사회"라고 짚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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