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국가가 국민을 못 지켜서야…
홍콩 문화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란콰이퐁. 핼러윈 축제가 열리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입니다. 하지만 올해도 큰 사건·사고 없이 행사를 마쳤습니다.
화면에서도 알 수 있듯, 란콰이퐁은 이태원처럼 좁고 가파른 길이 많은 지역입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게 있죠. 곳곳에 세워진 안전 펜스와 일방통행 방식의 도로, 앰뷸런스 등 긴급차량을 위해 비워진 비상 진입로들입니다.
홍콩은 경찰 자체 매뉴얼인 '핼러윈 기간 인파 관리 및 교통 체계'를 발동해 란콰이퐁으로 향하는 우회로를 안내하고 진입할 수 있는 인원을 15∼20분 간격으로 통제했습니다.
이 같은 홍콩 경찰의 대처는 29년 전 란콰이퐁에서 21명이 압사한 사고가 터진 이후 수립한 안전대책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걸핏하면 정책탐방을 한다며 해외로 나가던 우리나라 공무원과 국회의원, 지자체 관계자들은 이런 건 안 보고 도대체 뭘 배워온 걸까요. 국민 세금을 펑펑 써댔지만, 골프에, 관광에, 음주가무에, 들리는 건 추문뿐이네요.
10만 명 밀집을 예상하고도 주최 측이 없었기 때문이란 변명엔 외국 언론들까지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경찰이 클럽 경비원처럼 관리했어야 했다.'라고, 다른 외신들도 한국 정부의 대응을 일제히 질타하고 나섰죠.
그날 그 시간 이태원에 있었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2차 가해'도 문젭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수천만이 거리에 나와 응원하던 '내 젊은 날의 그때'를 떠올려서라도 그래선 안 되고, 마지막 순간 참혹했던 영상을 그대로 퍼 나르는 것 또한 고인에 대한 모독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생때같다'라는 말이 있죠. 공을 많이 들여 매우 소중하다는 의미입니다. 애지중지 키워 이제 막 제 꿈을 펼칠 나이의, 정말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 심정은 상상도 되질 않죠.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그날에도, 그 밤에도 곁에 있어야 했던 정부는 어디에 있었는가, 답은 분명한데 왜 현실은 답과 이렇게 큰 괴리가 있는 걸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국가가 국민을 못 지켜서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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