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그래도 경제는 굴러가야 한다

강현철 2022. 11. 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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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로 온 나라가 침통에 빠져 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데 국민 모두가 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나친 애도 분위기 유도로 경제 심리를 얼어붙게 하면 가뜩이나 살얼음판인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수많은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삶이 계속된 것처럼 경제는 굴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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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애도기간 회식·음주 자제령
기업, 할인행사·이벤트도 줄취소
마포구, 업소에 자율휴업 권고도
위태로운 경제에 소비심리 위축
애도하더라도 경제바퀴 움직여야
1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유실물센터에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로 온 나라가 침통에 빠져 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데 국민 모두가 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나친 애도 분위기 유도로 경제 심리를 얼어붙게 하면 가뜩이나 살얼음판인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정부는 오는 5일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공직자들에게 단체회식이나 사적 모임, 음주 자제령을 내렸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줄줄이 축제나 행사 계획을 취소했다. 부산시는 5일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개최하려던 부산불꽃축제를 무기한 연기했다. 대구시는 4~5일 예정이던 오페라축제를 12월로 늦췄으며, 파주시는 '감악산 단풍거리 축제'를 긴급 취소했다.

서울 마포구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홍익대 일대 업소에 자율휴업을 권고했다.

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창립기념일을 맞은 삼성전자는 계획했던 내부 축하 공연을 취소했다. 신세계그룹은 11일까지 19개 계열사들이 참여해 진행키로 했던 '쓱데이' 행사를 취소했다. 롯데쇼핑도 9일까지 진행하는 '롯키데이' 행사에 관한 마케팅이나 홍보를 최소화하고 상품 할인만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도 크리스마스 점등 이벤트 등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회는 31일 개막식 행사를 취소한 데 이어 별다른 공연이나 행사 없이 판매만 진행키로 했다.

애도하는 마음이야 다 같지만 이런 분위기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제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는 악화일로다. 대외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으며, 최근 경제지표는 일제히 '빨간 불'이다.

대외적으론 끝이 안보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에 따른 미·중 갈등 격화로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 오는 2일(현지시간)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이 확실하다. 미국이 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의 금리도 덩달아 뛰고, 강달러로 원화 가치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는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입물가가 올라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고물가에 저성장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생산·소비·투자 등 경제를 이끄는 삼두마차는 '트리플 감소세'다. 9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6% 줄었으며, 투자 역시 2.4% 감소했다. 한국 경제를 그나마 지탱해주던 소비도 얼어붙고 있다. 한은의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8로 전달보다 2.6 떨어졌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대중 수출 감소 등으로 수출은 2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 무역적자는 480억달러로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3%에 그쳤다. 4분기엔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할 것이란 예측도 적지 않다.

경제는 돌아야 한다. 8년 전 '세월호 참사' 때에도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태원 참사가 우리 경제를 멈추게 해선 안된다. 지자체가 자영업자의 휴업을 강요한다면, 기업들이 할인 행사를 중단하고 소비와 일상생활이 멈춘다면 서민들의 생계는 더 팍팍해질 것이다. 수많은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삶이 계속된 것처럼 경제는 굴러가야 한다.

강현철 총괄부국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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