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형사조끼도 벗어달라고 했다" 상인회 "사실무근"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나기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열린 용산구청·용산경찰서·이태원상인연합회·서울교통공사 등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연합회 측이 경찰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간담회에 참석한 연합회 측 인사는 "앞서 이태원에서 열린 지구촌축제 당시 경찰 배치로 장사에 방해가 됐다"며 경찰 인력 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매일경제신문이 입수한 경찰의 당시 간담회 주요 내용 보고서에 따르면 이태원상인연합회는 경찰에 "작년에는 경찰기동대를 각 거리에 배치해 영업을 중단시키고 인파를 해산했는데 사정은 이해하나 과도한 조치였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이태원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한 참석자는 "2주 전 열린 지구촌축제에 경찰과 용산구청 등에서 요원을 배치해 장사에 방해가 됐다"면서 "경찰력이 배치된다면 형사 조끼를 벗어달라"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5~16일 이틀간 이태원에서 용산구청이 주최한 지구촌축제에는 경찰 경비인력 109명과 용산구청 직원 등 1078명이 투입돼 약 100만명(용산구청 추산)의 인파가 몰렸지만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축제에 참여한 이태원 인근 가게들은 안전조치 강화로 매출에 타격을 받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한 이동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은 "간담회 당시 기동대 200명 정도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연합회) 관계자 한 명이 '핼러윈은 자발적인 축제라 기동대 차량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으면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경찰력 배치 자제 요청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용산구청도 당시 간담회에서 안전관리 대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간담회에는 용산구청 측에서 자원환경순환과 관계자 2명만이 참석했다. 자원순환과는 생활 쓰레기 담당 부서로 축제 관리와 안전 관리는 각각 문화체육과, 안전재난과에서 하지만 두 부서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용산구청과 연합회 측은 지하철역 환풍구 추락사 예방을 위한 장애물 설치를 이태원역장으로부터 요청받았으나 실제로는 설치하지 않았다. 이태원역장의 이 같은 요청에 연합회장은 "구청에 요청하겠다"고 답변했고, 용산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발언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를 위해 모였던 4자 회의 관계자들은 결국 안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하지 않았던 셈이다.
[안병준 기자 / 권오균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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