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품에 안기지 못한 채… 홀로 있는 외국인 희생자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조희연 2022. 11. 1. 19:4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희생자들은 대부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장례 절차도 밟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진이 1일 서울 보라매병원 등 이태원 압사 참사로 사망한 외국인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되거나 안치됐던 서울·수도권 5개 장례식장을 살펴본 결과, 10명의 외국인 희생자 중 2명만 현재 빈소가 차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망 26명 중 일부 영안실 안치
국적조차 파악되지 않은 경우도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희생자들은 대부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장례 절차도 밟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희생자는 총 26명이다.

취재진이 1일 서울 보라매병원 등 이태원 압사 참사로 사망한 외국인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되거나 안치됐던 서울·수도권 5개 장례식장을 살펴본 결과, 10명의 외국인 희생자 중 2명만 현재 빈소가 차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작성한 뒤 헌화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 연고가 없던 희생자 1명의 시신은 전날 대사관 측 요청에 따라 본국으로 이송됐다. 나머지 시신 7구는 영안실에 그대로 안치돼 있는 상태다. 한 장례식장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영안실에 안치된 시신 3구는 국적조차 파악되지 않았고, 외교부를 비롯해 대사관 등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외국인 희생자 신원 확인이 내국인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등록이나 확인 절차에 공백이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출입국관리법엔 국내 거주가 90일을 넘길 경우 만 17살 이상 외국인은 ‘등록 대상’이 돼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고, 지문 등 생체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이 절차를 밟지 않은 외국인이 사고를 당하면 확인 작업에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빈소가 차려졌지만 아직 부모를 만나지 못한 희생자도 있다. 10년 전 한국으로 유학와 공부를 마친 뒤 성형외과 상담사로 일하던 중국인 A(33)씨의 빈소는 고모들과 삼촌들이 지키고 있었다. A씨 고모는 “A는 무남독녀다. 항상 웃는 아이였다. 영정사진도 웃는 사진밖에 없어 고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내일이 발인인데, 아직 A의 아버지가 오지 못했다”며 눈시을 붉혔다. 이어 “그나마 영사관에서 비행기 편을 구해준 덕에 지금 오고 있는데, A의 어머니는 소식을 듣고 쓰러져서 오지 못하고 아버지 혼자 오기로 했다”면서 “A의 아들은 6살인데 너무 어려서 차마 엄마가 죽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못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외국인 사상자와 외교부 직원 간 일대일 전담배치를 통한 지원 활동을 계속하면서, 외국인 사상자 유가족 입국과 원활한 장례지원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망자 발생국 주재공관에서 유가족을 접촉하여 위로의 뜻을 전달하고 사고 경위와 우리 정부의 조치사항을 설명하고 있고, 유가족을 위한 지원 태세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외국인 희생자가 가장 많이 나온 이란은 한국 정부의 부실한 현장 대응을 질타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불행히도 이번 사고로 이란인 5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한국 정부가 관리 방법을 알았다면 행사 관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조희연·이희진·이정한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