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함께한 정신과 전문의의 호소, "비난보다는 공감해야"
[EBS 뉴스]
"거기에 있지 않았으면 되지 않았냐"…비난 멈춰야
집계되지 않은 피해자에 집중해야
"세월호 겪은 20대들 지원 절실"
"신체 안정화가 정서 안정에 도움"
'이태원 참사'의 원인 규명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 희생자와 목격자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지지와 애도가 어느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 같은 사회적 재난에 버금가는 사고에서는 초기 단계에서의 지지와 위로가 관련자 트라우마 치료와 예방에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은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아동청소년 위원장, 마음토닥토닥정신건강의학과 원장)는 오늘(1일) EBS뉴스에 출연해 "그곳에 있지 않았으면 되지 않았냐" 같은 비난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희생자를 탓하는 것이 자칫 유가족과 목격자에겐 평생 심각한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삶에서 내가 누리고자 하는 것들을 누리려다 겪게 된 참사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지지해 주셔야 된다"고 호소했다.
이번 참사가 사상자 등 공식 집계보다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돼 보이지 않는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목격자도 수천 명이나 돼 트라우마를 호소할 이들이 많을 가능성이 높고, SNS로 사고 영상이 공유돼 2차 피해를 우려했다.
이태원 참사가 세월호 등 사회적 참사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 위원장은 "10~30대를 세월호 참사 후에 또 잃었다는 절망감으로 인해서 느끼는 무력감 등이 국민들을 휩싸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20대는 10대 때 세월호를 겪으며 정서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트라우마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지지와 다시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 그리고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자신의 감정과 고민을 터놓고 나누는 것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큰 일을 겪었을 때 (잠이 오지 않거나 불안을 느끼는 건) 정상 반응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너는 너의 힘든 마음을 충분히 이야기할 권리가 있고, 슬퍼할 권리가 있고 애도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신체를 안정화하는 게 정서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김 위원장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복식호흡과 그라운딩, 즉 땅을 단단히 밟아 땅이 우리를 지지하는 느낌을 받는 방식을 추천했다. 소아 청소년은 자신의 팔로 가슴 근처를 가볍게 두드리는 '나비 포옹 요법'도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 또, 반신욕을 통해서도 정서를 안정시킬 수 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위로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에서 2년간 상주하며 '스쿨 닥터'로서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돌본 김 위원장은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에 봉사를 왔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내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은지 위원장의 EBS 뉴스 출연 영상 풀버전은 (https://news.ebs.co.kr/ebsnews/menu2/newsVodView/evening/60277589/N?eduNewsYn=)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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