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17년의 기다림과 장애인권 이야기 '학교 가는 길'
[EBS 뉴스]
이혜정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 이어갑니다.
몇 해 전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가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한 사진 기억하시는지요?
무려 17년 동안의 힘겨운 투쟁과 기다림 끝에 2020년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 '서진학교'가 문을 열었습니다.
'서진학교'가 개교하기까지의 과정이 다큐에 이어, 이번에는 책으로 나왔습니다.
김정인 감독님을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지난해 5월에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이 관객을 먼저 만났고요.
이번에는 같은 제목의 책이 나왔습니다.
김정인 / 영화감독, '학교 가는 길' 공동저자
네, '학교 가는 길'은 서울시 강서구에서 2020년 개교한 서진학교의 설립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느 학교와는 달리 설립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그 일을 앞장서신 특히 장애인 부모님들의 여러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이것 또한 책입니다.
이혜정 앵커
네, 이 책을 부모님들과 함께 집필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한 발 한 발 함께 걸어오셨는데 '학교 가는 길',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걸까요?
김정인 / 영화감독, '학교 가는 길' 공동저자
2017년 7월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요.
어느 날 제가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던 중에 서울시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토론회가 있었는데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무산이 됐다, 이런 기사를 보게 됐어요.
근데 그 기사가 이상하게도 제 안에서 오래 여운이 남더라고요.
대체 어떤 상황이길래 아이들 학교도 제대로 짓지 못하는 거지, 이런 질문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었는데요.
마침 이 두 달 후에 또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토론회가 열린다고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간단한 촬영장비 들고 현장에 갔다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보게 됐습니다.
굉장히 온갖 고성과 욕설과 야유가 난무하는 전쟁터 같은 상황이었는데, 그 와중에도 우리 장애인 부모님들이 너무나도 용감하고 또 담대하게 말씀들을 잘 하셔서, 제가 카메라로 촬영을 하다가, 쉽게 말해서 그분들한테 반해서 우리 장애인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꼭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결심을 하면서 '학교 가는 길'이 시작되게 되었습니다.
이혜정 앵커
그렇게 함께 가고 싶다는 마음이셨습니다.
우리 다큐멘터리에 나온 부모님들은 대부분 자녀들이 다 자랐다고 해요.
그래서 사실은 이 학교 설립과는 상관이 없는 분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부모님들이 이 여정에 함께하신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김정인 / 영화감독, '학교 가는 길' 공동저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이 서진학교 설립을 위해서 앞장서셨던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이미 자녀가 장성해서 엄밀히 말하면 학교가 지어지든 말든 상관이 없던 분들이셨어요.
그분들이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애를 써주셨는데, 저도 한번 여쭤봤습니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노력하시냐 그랬더니 내가 젊었을 때, 그리고 내 아이가 어렸을 때 겪었던 그런 어려움과 여러 가지 힘들었던 것들을 우리 후배 엄마들, 그리고 더 어린 아이들에게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다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런 마음으로 힘써주셨던 것 같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그리고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리 그 어머니가 무릎을 꿇어야 했던 그 2017년 그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 좀 많이 달라졌을까요?
김정인 / 영화감독, '학교 가는 길' 공동저자
네,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여정이 앞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또 우리 한국 사회에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일선 교육 현장에서도 또 많은 그런 발전된 모습들이 있다고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장애가 있든 없든, 그래도 아이 교육만큼은 제대로 시켜야 되지 않겠나라는 대다수의 그런 공감대들이 과거에 비해서 더 많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이혜정 앵커
그런 반면에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점도 있죠?
김정인 / 영화감독, '학교 가는 길' 공동저자
네, 아무래도 우리 장애인 부모님들이 가장 힘들고 어려워 하실 때가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장애 학생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도 어렵지만 설사 운 좋게 졸업을 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뭔가 일자리를 가지고 취업을 해서 더 넓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되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그러니까 최근 통계에 의하면 10명 중에 3명 정도만 발달장애인들 중에서 그렇게 직업 활동을 갖고 계시다는데 그것 역시도 대다수 단기간 그리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런 열악한 일자리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나 취업이 문제가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혜정 앵커
말씀을 들어보면 참 안타까운데 ,그렇다면 우리 장애 학생들은 왜 이렇게 학교를 다니고 또 일자리를 구하는 게 힘든 걸까요?
김정인 / 영화감독, '학교 가는 길' 공동저자
제가 전문가는 아니라서 많은 말씀을 드릴 순 없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은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같이 생활할 수 있는
그런 경험들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낯선 존재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왠지 모를 두려움, 편견이나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저학년 때부터 정말 학교에서부터 더 많이 비장애 학생들과 장애 학생들이 같이 어우러지고 그러면서 때로는 쉽지 않은 부분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서로 간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면 한국 사회에서, 특히 장애인분들은 늘 조금은 분리되고, 소외되고 이런 모습들인데,
함께하는 경험들이 더 많아지면 또 많은 부분들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해 봅니다.
이혜정 앵커
네, 우리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가는 길을 앞으로 모두가 같이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감독님께 하나 여쭤보고 싶습니다.
감독님, 이런 영화 만드시면서 소망이 있으실 것 같아요.
김정인 / 영화감독, '학교 가는 길' 공동저자
네, 아주 거창한 소망은 없지만 그래도 저 역시도 이 '학교 가는 길'을 만들기 전에는 장애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었고 솔직히는 관심도 없었던 그런 사람이었어요.
근데 지난 5년간 '학교 가는 길'을 만들면서 우리 부모님들의 자녀인 지연이, 현정이, 재준이, 혜련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거든요.
지금은 굉장히 저에게 또 익숙한 친동생처럼 이렇게 느껴지는 존재들인데요.
더 많은 비장애인들이 뭔가 그런 발달장애인들을 조금 더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서로 관계 맺을 수 있는 그런 한국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이혜정 앵커
네,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하시겠죠?
김정인 / 영화감독, '학교 가는 길' 공동저자
네, 하고 싶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계속해서 모두에게 응원과 또 따뜻한 메시지를 주는 그런 작품들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독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정인 / 영화감독, '학교 가는 길' 공동저자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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