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 보내는 길, 하늘마저 숙연했다
"가지 마, ○○아…."
1일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장례식장. 이태원 참사로 지난달 29일 희생된 A씨(26)의 관이 화장터로 향하는 운구차에 실리자 A씨의 마지막 모습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가족과 친지, 친구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목놓아 울었다. A씨의 아버지는 "어쩌다 우리 딸이…"라며 비통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외동딸을 영영 떠나보내는 아버지의 애끓는 신음 소리에 사람들이 눈을 적셨다. 새파랗기만 하던 가을 하늘마저도 애석함에 잿빛으로 변했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156명 중 일부의 발인이 이날 엄수됐다. 희생자의 검시 시간과 빈소가 차려진 날짜에 따라 발인일이 달라지게 됐다.
경기 고양에 있는 동국대일산병원에서는 이태원 참사 20대 희생자 B씨의 발인이 치러졌다. 이곳 병원 장례식장엔 참사 직후 14명의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뒤 3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B씨의 유족들은 입관실 밖을 나오자마자 오열하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일부 유족은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리며 서로를 위로했다. 또 다른 유족은 고인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을 차마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동국대일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인근 지역주민들이 헌화를 하기 위해 찾기도 했다. 주민들은 분향소 앞에 서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들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청년들이 안타깝다"며 참담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를 찾는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삼육서울병원 추모관엔 10대 청소년 C군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빈소를 찾았다. 한 학생은 "C군과 같은 반은 아니지만 평소 반끼리 왕래하며 친분이 있어 빈소를 찾았다"면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 다수가 발생했기 때문에 희생자들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희생자 D씨(25)의 빈소를 찾은 D씨의 친구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도 많이 받고 나눌 줄 아는 친구였다"며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친구들 모두 너무 충격이 커서 오히려 빈소에서는 서로 실없는 소리를 하면서 슬픔을 견디고 있다"고 전했다. D씨의 아버지는 덤덤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다가 뒤돌아서서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희생자 E씨(23)의 빈소를 찾은 친구 박 모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이던 친구가 이렇게 간 게 믿기지 않는다"며 "함께 놀면서 웃어주던 모습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다.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은 참사 현장에서 수거된 유실물 보관 장소로 운영 중이다. 이곳엔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유실물 수백 점이 보관돼 있다. 용산경찰서는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유실물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김유신 기자 / 한상헌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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