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공사채 이달 최소 4조…연말 돈가뭄 위험수위
정부와 당국이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채권시장 위축이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 국고채에 대한 수요는 다소 개선됐지만 회사채 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에선 신용등급이 높은 공사채와 금융채 발행 급증이 회사채 시장 경색을 가중시킨다며 발행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달에도 공사채는 최소 4조원 규모가 발행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투자 위험의 척도인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AA- 3년물 금리 차)도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신용스프레드는 141.8bp(1bp=0.01%포인트)를 나타냈다. 신용스프레드는 정부의 '50조원+α' 긴급 유동성 지원 대책에도 줄어들기는커녕 더 높아지고 있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격차로, 이 차이가 클수록 시장은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뜻이다.
위기감이 큰 업종에서 회사채 금리가 천정부지로 뛰는 모양새다. 실제로 1일 장내 일반시장에서 한신공영 채권인 23년 3월 3일 만기 한신공영42가 민평금리(연 5.801%) 대비 최대 59%포인트가량 높은 연환산 수익률 65.147%에 거래됐다. 한신공영42는 이날 장 초반 민평금리보다 3%포인트 안팎으로 더 높게 거래되다 장중 차이가 15∼33%포인트를 넘어서더니 59%포인트까지 벌어져 연 65%까지 치솟았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 정도 만기가 짧게 남은 회사채가 이렇게 거래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유동성 위기를 극단적으로 가격에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1일 오전 10시께 2250만원가량의 금리에 거래된 이후 다시 이전 금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개인이 급전이 필요해서 팔았는지 회사에서도 정확한 이유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은 신용등급에 금리까지 높은 공사채 발행이 이어지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11월만 해도 발행 예정인 신용등급 최상위(AAA) 공사채가 최소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은 이달에도 최소 2조원어치 공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1일 2년 만기 채권과 3년 만기 채권을 각각 5.9%에 발행했다. 각각 3500억원과 1000억원이 응찰한 가운데 낙찰금액은 2900억원과 400억원이다. 바로 직전인 10월 28일에는 2년물과 3년물 만기 채권을 각각 5.9% 2900억원, 5.99% 1200억원 규모로 발행한 바 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응찰 최고금리가 모두 6%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한전은 3일에도 4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 증권사 투자금융 관계자는 "최근 한전은 월간 기준으로 2조원에서 2조5000억원가량 채권을 발행해 왔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전채 외에도 이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각각 5000억원 규모로 3~4회에 걸쳐 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한국주택금융공사는 2년 만기 채권을 1500억원 내외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다. 또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장학재단 등이 1000억원대 규모로 발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신용스프레드가)150bp까지는 갈 것"이라며 "신용시장은 경색이 이뤄지면(신용이 낮아지면) 거래는 순간 멈추고 호가만 나오게 되는데, 지금은 그런 국면이고 스프레드는 조금씩 상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책으로 온기가 조금 돌면 거래가 점차 이뤄지고, 신용에 대한 심리가 보완되면 누군가는 그 금리에 채권을 사게 되면서 안정을 찾아간다"며 "지금은 시장이 가격을 찾아 나서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도 "국채시장은 확실한 안정성을 보이고 있고 단기자금시장도 약간의 투심이 회복되고 있으나 여전히 힘든 시장이 지속 중이고, 기업들은 단기채 발행한도 증액 분위기를 보고 있다"며 "잃어버린 크레디트 리스크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더불어 경기 침체에 대한 신호가 보이는 상황 속에서 크레디트물에 대한 투심이 회복되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이날부터 시행에 나선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과 관련해 시장의 RP 매입 수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든 만큼 기관들이 통상 금리보다 0.1~0.2%포인트 웃돈을 주고 입찰에 뛰어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매일 기관을 대상으로 예비 수요조사를 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수요는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 강봉진 기자 / 류영욱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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