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기다리는 신발, 가방 한가득...유실물 1.5t 남겨진 아픔

조성진 기자 2022. 11. 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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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아 감사하지만, 희생자분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대학생 장모(여·21) 씨는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장씨가 되찾은 작은 손가방은 누군가에게 밟힌 듯 짓이겨지고 여기저기 흙먼지가 묻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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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 센터에서 경찰이 유실물을 정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다리를 다친 장모 씨가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유실물 센터에서 가방을 찾고 있다. 문호남 기자

원효로 실내체육관에 유실물·유품 보관소

가장 찾아간 20대 여성 "살아남아 감사하지만 희생자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

"살아남아 감사하지만, 희생자분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대학생 장모(여·21) 씨는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장 씨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유실물 보관소를 찾았다. 장 씨는 현장에서 잃어버린 가방과 지갑을 찾으려 이곳을 방문했다. 사고 당일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고 사고에 휘말렸다. 현장에서 하반신이 깔려 다리가 골절됐고, 신경 손상 등 후유증을 검사받기 위해 병원을 다니고 있다.

장 씨는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에서 인파에 떠밀려 가다 넘어지면서 가장 아랫부분에 깔렸다. 하반신은 위로 덮친 다른 행인의 몸에 짓눌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였다. 상반신을 움직여 간신히 빠져나왔으나 왼쪽 다리에 심한 골절상을 입었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어서 언제 가방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장 씨는 "사람이 너무 많아 집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람이 조금 빠지나 싶었는데, 갑자기 사고가 난 골목으로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휩쓸려서 빨리 그냥 나가려고 했는데, 이미 골목 중간이었다. 누군가가 ‘어어’하더니 바로 쓰러졌다. 나는 근처 술집 공간으로 상반신으로 뺄 수 있었다"며 "내 위로 엄청 많은 사람이 있었다. 내 바로 위에 계시던 분은 기절했다. 최소한의 숨만 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다행히 밤 11시쯤 구조가 됐지만, 주변에는 이미 정신을 잃은 사람이 많았다"고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장씨가 되찾은 작은 손가방은 누군가에게 밟힌 듯 짓이겨지고 여기저기 흙먼지가 묻어있었다. 그는 놀란 마음이 아직 진정되지 않은 듯 초점이 명확하지 않은 눈으로 한동안 물끄러미 자신의 가방을 쳐다봤다.

실내체육관에는 희생자와 피해자들이 분실한 옷가지와 가방, 신발, 안경 등 유실물 수백 점이 보관돼있다. 무게만 총 1.5t이다. 양쪽 다 온전히 수거된 신발은 256켤레였고, 한 짝만 남은 신발도 66점이었다. 벗겨지기 어려운 무릎까지 오는 부츠는 당시의 참상을 대변했다.

다리가 처참하게 휘어버린 안경 렌즈는 먼지로 뒤덮였다.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일회용 카메라, 차키도 보관돼 있다. 간단한 분장을 하고 친구와 함께 당시 이태원에 있는 즉석 사진관을 찾아 찍은 기념사진도 보였다.

이날 오전까지 가방 126개 중 주인을 찾은 가방은 고작 1개다. 센터는 이날부터 6일까지 24시간 운영된다. 사망자나 부상자 또는 가족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분실물이나 가족 유품 등을 찾아갈 수 있다. 옷이나 신발 등은 주인 확인이 불가해 양심에 맡겨야 하지만, 귀중품의 경우 가족 관계 확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가방 같은 경우 내용물이 안에 그대로 있어 본인이나 가족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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