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핼러윈 `신종 명절`이 되다

2022. 11. 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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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핼러윈은 원래 고대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이었다. 그들은 한 해가 끝나는 날 밤에 유령이 나타난다고 믿었는데, 그들의 달력에서 마지막 달이 10월이었다. 그래서 10월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에 악령 분장을 하고 집단 제사를 지냈다. 악령 분장을 하면 악령이 해치지 못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것이 핼러윈 축제로 발전했다.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간 후 더욱 큰 축제가 됐다. 핼러윈의 상징인 호박 '잭의 랜턴(Jack-O-Lanterns)'도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미국에 호박이 흔했기 때문이다. 또 과거에 우리가 핼러윈하면 떠올렸던, 아이들이 이웃집에 찾아가 'Trick-or-Treat'이라고 하면서 사탕을 얻는 풍습도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인 젊은이들이 핼러윈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얼굴에 분장을 한다든가 특이한 옷을 입는 것이 각별한 재미를 줬기 때문이다. 분장을 하면 사회의 규율과 책임에서 벗어난 것 같은 해방감을 느낀다. 특별한 날이라는 느낌도 더 강화된다. 분장 자체가 자극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빠져들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부터 이런 문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촌 홍대 권역의 클럽에서 몇몇 마니아들이 핼러윈 분장을 하고 파티를 즐겼던 것이 시초다. 그후 영어유치원이 확산되는 등 영어와 미국문화를 어렸을 때부터 일상적으로 접하게 됐고 조기유학 학생들도 늘어났다. 2000년대 이후 서양의 문화를 표준으로 여기는 풍조도 강해졌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더욱 핼러윈이라는 서양 기념일에 빠져들었다.

2000년대 인터넷 초창기에 엽기 코드가 유행했다. B급 문화도 번져갔는데 핼러윈 분장 문화가 이런 흐름과도 어울렸다. 그리고 모두가 누리꾼이 되면서 일상사진을 넷에 공유해 관심 받는 문화도 생겨났다. 이런 속에서 연예인들이 핼러윈 분장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파급력이 큰 연예인들이 핼러윈 때마다 관련 사진을 올리고 포털 등에서 화제가 되자 젊은이들 사이에서 더욱 핼러윈이 퍼져갔다.

그와 동시에 클럽문화도 발달했다. 클럽에선 종종 파티가 열렸는데 분장을 하고 열광적으로 즐기는 핼러윈이 클럽 분위기하고도 잘 맞아떨어졌다. 마침 사회적 인습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표현하면서 그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도 발달했고, 어른이 됐어도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즐기는 키덜트 문화도 발달했다. 분장하는 핼러윈은 이 모든 트렌드가 총집결하는 대축제일이 되었다.

과거엔 젊은이들이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등에 열광했었는데 요즘엔 핼러윈에 가장 열광한다. 핼러윈이 이 시대 젊은이들의 신종 명절이 된 것이다. 게다가 요즘 핫플레이스 문화가 번지면서 과거보다 젊은이들의 지역 쏠림 현상이 더 커졌다. 그러다보니 핼러윈의 젊은 인파가 이태원, 홍대앞 등에 집중된 것이다. 이태원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데, 이태원이 홍대앞보다 거리가 좁은 데다 경사까지 졌다. 그런 속에서 참사가 터졌다.

핼러윈이 젊은이들의 축제가 된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각국은 핼러윈 안전 관리에 나선다. 일본 도쿄 시부야 지역에선 경찰이 차량에 올라가 질서를 유도하고, 보행전용도로와 바리케이트, 감시탑 등을 설치해 현장을 관리한다. 중국 홍콩에선 경찰이 일방통행, 시민 동선 통제, 도로 통제 등에 나선다. 미국 뉴욕에선 위험 지역 100곳을 일시 폐쇄하고 주요 구간에 차 없는 거리를 운용한다.

젊은이들이 워낙 많이 몰리는 데다, 다른 축제에 비해 열기가 훨씬 뜨겁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다. 분장이 해방감을 줘서 사람을 더욱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각국의 당국이더욱 적극적으로 핼러윈 관리에 나서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핼러윈 관리를 잘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세계적인 추세로 봤을 때 핼러윈 축제 문화는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젊은이들이 시원하게 해방감을 느낄 기회가 많지 않은 우리 상황에서 핼러윈은 더욱 뜨거운 분출구가 될 것이다. 요즘엔 영어 유치원뿐만이 아니라 일반 유치원에서도 핼러윈을 챙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핼러윈이 점점 더 친숙해져간다는 얘기다. 핫플레이스 문화로 특정 지역에 대군중이 집결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렇게 봤을 때 핼러윈 관련 위험도는 앞으로 더욱 고조될 것이다.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관련 안전대책을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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