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현의 창(窓)과 창(槍)]축제, 스포츠 그리고 안전(safety)
꽃다운 청춘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흉이 축제였다는 게 아이러니다.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이며 삶과 죽음 역시 인간의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는 그런 것이라고 넘겨 버리기엔 떠난 자들의 영혼이 너무나도 젊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축제와 제의(祭儀)는 인간 세계에서 최초로 분화된 문화 양식 중 하나다.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 잠시 해방되고 팽팽한 신체의 긴장에 이완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게 바로 축제의 시원(始原)이다. 축제의 핵심은 희열(ecstasy)의 체험이다. 일상을 벗어난 일탈에서 느끼는 희열은 신선하고 짜릿하다. 문제는 그게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있다. 통제 가능한 희열을 맛보게 하면서 축제는 더 큰 일탈과 파국을 막는 사회적 안전판으로 기능했다. 이러한 축제가 나중에 스포츠로 진화했다는 게 인류학자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고대 제의와 축제가 현대 스포츠의 원형질이라 봤을 때 이 둘 사이에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여럿이다. 우선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 콘텐츠라는 게 첫 번째 공통점이다. 현실의 나약한 자아가 격정의 에너지를 분출하면서 주객의 동일성을 확보하는 장을 연다는 게 두 번째 공통점이다. 여기서 나약한 자신은 없다. 제의를 주관하는 사제나 그라운드의 영웅을 자신과 동일화(identification)하는 팬터지(fantasy)에 빠지기 때문이다.
현대에서 축제와 스포츠는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하는 볼거리로 자리잡았다. 필연적으로 좁은 공간에 사람의 밀집도가 높아지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도 놓쳐서는 안될 공통점이다. 그래서 안전(safety)의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고도의 압축 성장기를 거치면서 과정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결과에 집착하는 나쁜 버릇이 뿌리내렸다.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살며 안전은 배부른 사치로 여기며 브레이크 터진 기관차처럼 폭풍 질주했던 게 사실이다. 사건과 사고는 하늘과 재수에 맡기는 습관이 굳어졌다. 이번 대참사를 통해 안전은 사회적 권리로 뿌리를 내려야 하며 이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비극에서 건져올린 값진 교훈이다.
체육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건강도 따지고 보면 안전과 궤를 같이 한다. 자신의 신체를 병원(病原)으로부터 지켜내는 게 건강이라면 정체불명의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안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재난 및 전쟁에 대비한 안전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사태에서도 심정지를 일으킨 사람들에게 CPR(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심폐소생술)은 생사의 기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일반인들이 CPR을 능숙하게 쓰게 되면 안전사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CPR 교육은 여러모로 필요하며 이를 학교 체육교과 과정에 편성해 어릴 때부터 교육시켜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왕 아픔을 겪은 마당에 해난 사고를 염두에 둔 생존수영도 교육과정에 함께 집어넣어 시너지효과를 냈으면 좋겠다.
축제와 스포츠. 두 분야는 기억하기도 싫은 끔찍한 압사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지난 역사에서 드러났다. 일상을 벗어난 일탈의 체험과 그에 수반되는 격정(激情)의 파고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위험을 떨어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육을 통한 철저한 대비다. 예측 가능한 다양한 위험을 매뉴얼화하는 것은 물론 안전관리 시스템 역시 시대에 맞게 능동적이며 탄력적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축제와 스포츠에서 콘텐츠는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시작과 끝은 누가 뭐래도 안전이다.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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