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4년 후 대란 우려…삼바 “차별화가 경쟁력”
바이오제약사 57% “내년 위탁생산 비중 높일 것”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한국 디스카운트 희석”
“아웃소싱 맡기려면 빨리 결정해야”
“지금 바이오의약품 공장 건설과 아웃소싱(분업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바이오 제약사들이 있다면 빨리 결정하셔야 할 겁니다. 전세계 (바이오의약품) 공장 캐파(생산 역량)가 굉장히 빠르게 차오르고 있거든요.”
케빈 샤프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영업센터 팀장(상무)은 1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열린 ‘2022 국제의약품박람회’(2022 CPHI)에서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의 ‘전세계 바이오 의약품 수요 공급’ 그래프를 제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샤프 상무는 이날 박람회에 마련된 콘퍼런스에서 ‘위탁개발생산(CDMO) 파트너를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들’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사프 상무는 “2026년이면 전세계가 심각한 바이오의약품 공급 부족 사태를 겪을 것”이라며 “바이오의약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CDMO들은 코로나19와 같이 의약품 수요가 갑자기 치솟는 사태에 대비하려고 생산역량의 20% 정도는 비워두기 때문에, ‘수요 공급 미스매칭’ 시기는 좀 더 앞당겨 질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공급 부족 문제를 직감한 주요 제약사들은 생산 확대 전략을 수립하고 있지만, 공장 직접 건설보다는 위탁개발생산(CDMO)기업으로 아웃소싱을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다”라고 했다. 생산 설비를 직접 갖추면 장기적으로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당장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 그 이유다.
샤프 상무는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만들려면 최소 5억 달러(약 6000억원)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4년 이상의 건설 기간이 필요하다”라며 “신약은 임상 단계나 상업화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수요가 사라질 수도 있는데, 공장을 짓게 되면 더 큰 리스크가 돌아올 수도 있다”라고 했다.
샤프 상무 말대로 전 세계 바이오산업은 분업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자체 역량을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대신, 생산 상업화는 CDMO에 맡기는 식이다. 신약 개발은 더욱 복잡한 형태로 고도화되면서 기술 투자는 점점 커지고 있다.
사프 상무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최근 항체약물결합체(ADC), 다중항체의약품(MA)같은 새 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가 시급해진 상황”이라며 “점차 제약사들이 CDMO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필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의약품 개발과 생산 상업화가 1~2년 안에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짧아도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중장기 계약이 필요한 만큼, 바이오 업계는 ‘장기 프로젝트를 함께 할 업체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했다.
샤프 상무는 CDMO기업의 필수 역량을 기본적으로 파악한 후, 차별화 경쟁력을 갖춘 곳을 찾을 것을 제안했다. 필수역량으로 후보 기업을 좁힌 후 차별화 경쟁력을 점수화해 최종 파트너 기업을 선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필수역량에는 ▲생산능력 ▲품질 ▲규제기관 트렉 레코드 ▲보안·데이터신뢰성 등이 있고, 차별화 경쟁력에는 ▲속도 ▲엔드투엔드 서비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능력 등이 포함된다.
샤프 상무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필수역량은 물론 차별화된 서비스로 글로벌제약사로부터 강한 신뢰를 얻고 있다”며 “송도 4공장은 착공 후 23개월 만에 부분 가동에 돌입하며 세계를 압도하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4공장이 완공되면 총 생산능력은 60만 4000L로 글로벌 전체 CMO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할 전망이다. 그는 “특유의 프로세스 혁신으로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이전 기간을 업계 평균의 절반인 3개월로 단축했다”라며 “긴급 물량 요청에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라고 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인 의약품 생산의 특성상 분단국가인 한국은 아무래도 ‘디스카운트’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샤프 상무는 이 강연에 국내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고객사로부터 ‘(북한 문제가) 우려가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없다”라며 “오히려 요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유럽 등 한국 이외 국가의 상황이 더 불안정하다 보니, 오히려 한국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라고 했다.
샤프 상무는 의약품 원부자재 공급난 대책으로는 “다양한 벤더와 관계를 잘 유지하고, 협업과 계획을 미리 세워서 가능하다면 선주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시장 예측이 굉장히 중요해지면서, 최대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게 소통에 방점을 찍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에 다양한 벤더들이 들어오면서, 지리적 이점도 생겼다”라고 했다.
샤프 상무는 또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CDMO를 선택할 때 ‘친환경 경영’을 하는 곳을 선호한다”라며 “탄소 절감 같은 부분을 많이 요청하는 상황이라, 앞으로 ESG는 차별화 경쟁력이 아닌, 필수 역량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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