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정쟁장 된 국회, `이태원 유족` 두 번 울리려 하는가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해 수습과 애도가 우선이라던 야당이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에서 "지금은 희생자들의 안돈(安頓),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 사건의 수습에 만전을 기할 때"라던 기조에서 정부 문책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이 대표는 1일 "명백한 인재이고,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인한 참사가 맞다"며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 구청장, 시장까지 하는 말이라곤 '우리는 책임이 없다'가 전부"라고 질타했다.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한 이상민 행안부장관을 염두에 둔 발언이지만, 사고 책임을 정부로 돌리는 발언이다.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와 행안위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대정부 공세를 폈다.

국회 정무위에서 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에게 "사과와 유감의 뜻이 뭔지 아나"라며 "이런 일이 생기면 총리가 어쨌든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마치 반사적 자동적 기계적 사과부터 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행안위는 행안부, 경찰청, 소방청으로부터 긴급현안 보고만 들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질의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현안 질의를 하지 않기로 한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해 항의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 시작 직후 퇴장했다. 용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가만히 있으라'에 동참할 수 없다"며 "왜 국회가 들러리를 서야 하나"라고 했다. 여야간사간 국민애도기간 이후 질의를 갖자는 합의를 무시한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희생자'를 정부가 '사망자'로 표현한 것을 문제삼았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이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서도 안전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책임회피성 행태라고 주장했다.

사고 이튿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무한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사고 수습 후 대국민 사과도 계획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사과했다. 현재 국민 대다수는 고인들에 대한 애도와 유족 위로에 마음이 가있다. 정부 책임을 따지는 것은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대통령과 총리도 정부에 무한책임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참사 앞에서 정치권과 국회가 또 정쟁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태원 유족'을 두 번 울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