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2년만에 마이너스 전환] `소비지표·D램값·부동산PF` 온통 빨간불

박정일 2022. 11. 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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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 소비, 자금시장까지 주요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단일 품목 최대 수출제품인 반도체 가격은 급락했고, 여기에 이태원 참사라는 돌발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올 4분기에도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생산·소비·투자가 한꺼번에 감소한 것은 지난 7월 이후 두 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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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악재에 4분기도 암울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이 재건축 단지는 6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약 6개월 간 공사가 중단된 뒤, 지난달 공사를 재개했지만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생산과 소비, 자금시장까지 주요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단일 품목 최대 수출제품인 반도체 가격은 급락했고, 여기에 이태원 참사라는 돌발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올 4분기에도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단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그나마 경기 침체를 막아내던 소비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20.8(2015년=100)로 1.8% 감소했다.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던 소매판매액지수는 8월 반등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매 판매와 함께 소비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서비스업 생산(서비스 소비)도 -0.3% 감소했다. 생산지수는 석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설비 등 기계류 투자가 줄면서 전월보다 2.4% 감소했다. 생산·소비·투자가 한꺼번에 감소한 것은 지난 7월 이후 두 달 만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내수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 내지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출과 제조업이 둔화 흐름을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소비 회복 흐름이 지연될 수도 있어 향후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품목 기준으로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 급락도 우리 경제에 부담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0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2.85달러)보다 22.46% 하락한 평균 2.2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해당 제품이 시장에 등장한 2016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반도체 생산지수(계절조정)는 320.6(2015년=100)으로 전분기보다 11.0% 감소했다.

여기에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우려는 건설업을 비롯해 제조 기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보다 5.7포인트(p) 하락한 55.4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2월 54.3을 기록한 이후 9년 8개월 만의 가장 낮은 숫자다. CBS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이라는 기업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통상 10월에는 가을철 발주가 증가하는 계절적 영향으로 지수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 레고랜드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로 체감경기가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중견기업의 경우 지난달 67.5에서 48.6으로 한달 새 18.9p나 급락했다.

자금줄이 마르면서 기업들은 기존 투자계획을 미루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시설투자 계획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최근 밝혔으며,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1600억원 규모의 질산유도품(DNT)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달 이사회에서 3600억원 규모의 정유설비 신규투자를 중단했다.정부 차원의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계획도 아직 딱히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투자위축은 민간 소득·소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들의 재무사정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LCC(저비용항공사) 업체들의 경우 최근 2년간 수차례 유상증자로 운영자금을 확보했지만, 추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객과 화물운송 시장이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해 회사채는 물론 은행에 손을 벌리기도 어려운 처지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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