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3일 만에 뒷북 사과, '만시지탄'

사과하는 윤희근 경찰청장.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꼭 사과해야 할 3인이 사고 3일 만에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일 국회에 출석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참사 전후로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음을 인정했으며,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며 사과를 거부하다 뒤늦게 잘못을 시인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3인의 사과는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참사 직후 세 기관장의 태도는 이래저래 모양새가 좋지 않었다. 진작 사과했어야 할 장본인들인데 여론이 악화되자 뒷북 사과를 한 것이다. 지자체 행정사무와 경찰 업무를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의 발언은 기가 막힌다. 이 장관은 지난 30일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행안부도 주최 측 없는 축제는 재난안전법 상 관리 대상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경찰은 무사안일한 대응으로 골든 타임을 놓쳐 버렸다. 사고 당일 저녁 6시부터 이태원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 112 신고가 폭주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래 놓고 사고 당일 서울지역 집회를 이유로 이태원 현장에 투입할 인력이 부족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경찰인력이 부족했더라도 인원 통제만 제대로 했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경찰도 행안부와 마찬가지로 주최 측 없는 행사와 관련한 매뉴얼이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따지고 보면 '매뉴얼 타령'은 변명을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현행 경찰법 제3조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 교통의 단속, 공공안녕과 질서유지를 경찰의 임무로 명시하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용산구도 국가와 함께 재난이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 행안부와 경찰청, 서울시와 용산구 모두 법적인 책무가 있으므로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경찰청이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진상을 밝히겠다고 한다. 사고의 원인 규명과 함께 관련 기관들의 잘못을 밝히는 일이 유족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