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 인력들 트라우마 호소하는데… 지원 대상서 뺀 정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망자 너무 많아 절박·상실감 빠져”
참혹한 현장에 PTSD 심각하게 우려
복지부, 유족 등 1000여명 심리 지원
논란 일자 “개인적 요청 땐 가능” 해명
전문가 “초기 심리치료 못 받으면 위험”
WP “한국, 집단적 트라우마 시작됐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 용산소방서 관할 119안전센터에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대응단에 속했던 소방관 A씨는 “소방관 모두가 당시 멘털이 붕괴됐을 정도로 현장 상황을 보고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이미 사망자가 길거리에 너무 많았던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동시에 밀려왔다고 했다. 경기도 북부 소방재난본부에서 지원 요청을 받고 현장에 급파된 응급구조사 B씨는 “눈앞의 광경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퇴근하고도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며 몸서리쳤다.
연이어 나온 정부 발표에도 구급 인력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참사 피해자들의 심리회복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유가족과 부상자, 일반 시민도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 트라우마센터와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구급 인력의 정신건강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에 이들을 일부 포함한 심리지원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수의 구급 인력이 심리지원을 받은 일이 있다. 개인적으로 지원을 요청할 경우에도 얼마든지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구급인력을 당초 지원 대상으로 고려했는지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당시 사고 수습을 했던 민간잠수사 전광근(46)씨는 2015년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청문회에 참고인 자격으로 나와 “수습 과정 중간에 심리치료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 2014년 12월 이후에는 모든 병원 지원이 끊겼다”고 토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구급 인력들도 초기에 심리치료를 받아야 위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정엽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일반 시민이나 구급 인력 모두 심리치료를 같은 시기에 들어가야 한다”며 “구급 인력도 이 정도의 참사는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에 일반 시민보다 위험도가 결코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31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집단적 트라우마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WP는 한국 국민이 참사로 인한 공포에 떨고 있다며 온라인상에 떨림과 메스꺼움, 악몽, 피로, 제어할 수 없는 울음 등과 같은 트라우마를 고백하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사고 당일 실시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참사 현장 이미지와 비디오가 모자이크 처리 등이 없이 공유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병수·이정한·조병욱·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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