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리포트] `178만원 → 52만원`… K-뷰티 선봉株의 고난
중국 내 소비 둔화에 직격탄
3분기 영업익 작년比 45% ↓
증권가, 목표가 50만원 제시
LG생활건강
국내 대표 생활용품업체인 LG생활건강의 주가가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 증발했다. 'K-뷰티' 성공신화를 쓰게해준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독이 돼 돌아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종가 기준 LG생활건강 주가는 52만6000원이다. 이달 들어서만 16.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조40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지난해 7월1일 178만4000원의 역대 최고가를 쓴 지 불과 1년 3개월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초 110만4000원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이다.
지난 3분기 실적도 부진했다. 중국 소비 둔화에 뷰티(화장품) 사업이 직격탄을 맞아 실적은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7월 중국의 화장품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0.7% 성장했는데, 8월과 9월에는 각각 -6.4%, -3.1%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7일 연결기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9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5%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1조8703억원으로 7.0% 줄었다. 매출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으나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2288억원)를 16.9% 밑도는 수준이다. 주가는 당일 장중 49만95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LG생활건강은 "3분기는 화장품 비수기인데 중국 시장에서 간헐적 봉쇄가 이어지며 소비가 더욱 위축됐다. 중국과 면세 채널에서 성장이 어려웠다"며 "중국 현지에선 오프라인 매장 영업 정상화가 지연되고, 톱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정부 제재 강화로 온라인 매출도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궈차오(중국의 애국 소비)' 기조에 따른 내수 브랜드 선호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로레알, 에스티 로더, 시세이도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중국 내 온라인 판매 채널 확장과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4분기에도 실적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자 증권가에서도 LG생활건강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현대차증권은 목표주가를 90만원에서 60만원으로 크게 내리고 투자 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59만원에서 이날 종가보다도 낮은 50만원으로 하향했다.
신한투자증권(87만원→77만원), 키움증권(80만원→71만원), 교보증권(90만원→70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88만원→70만원), 메리츠증권(95만원→78만원), 케이프투자증권(88만원→65만원), 다올투자증권(72만원→60만원), DB금융투자(90만원→60만원) 등도 일제히 목표가를 하향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이어지면서 한국 면세 산업의 업황이 부진했다. 위안화 약세에 따른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의 구매력 감소와 함께 한국 화장품의 브랜드력 하락으로 LG생활건강의 면세 매출 회복은 시장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본격적인 주가 반등은 제로 코로나 정책의 완화와 이에 따른 중국 소비의 회복, 한국 화장품의 브랜드력 회복 3박자가 모두 갖춰질 때 이뤄질 것"이라며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을 권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 화장품 시장이 빠른 시일 내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4분기에도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며 "다만 향후 중국의 방역 기조에 변화가 생길 경우 주가 반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도 원부자재 수입 의존도가 큰 LG생활건강에게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원부자재 매입 구조 특성상 달러 강세는 반갑지 않다"며 "원가율 상승에 따른 이익 전망치 하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저가 매수 타이밍을 잡기도 쉽지 않을 만큼 올해 내내 큰 폭의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은 "지난해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광군제의 기저효과 때문에 실적 회복이 쉽지 않지만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저가 매수 접근을 추천했다. 화장품 매출이 감소한 수준보다 주가 하락이 더 과도했다는 판단이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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