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온라인 식품 강화에 1조원 투입한다
롯데쇼핑이 1일 영국 최대 리테일 테크기업(retail tech·유통 기술)인 오카도와 손잡고 국내 온라인 식품 시장 공략에 나선다. 영국에서 ‘매장 없는 수퍼마켓’으로 시작한 오카도는 인공지능(AI)을 통한 고객 수요 예측부터 상품 보관·포장·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설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현재 미국 크로거, 캐나다 소베이, 호주 콜스, 일본 이온, 프랑스 카지노 등 9국 11개 대형 유통 업체들이 오카도의 첨단 기술을 도입해 온라인 식품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롯데는 이날 국내 온라인 식품 사업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오카도의 시스템 도입과 운영을 위해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취임한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가 내세운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폐기율 0.4%로 효율 극대화
롯데는 2030년까지 오카도의 OSP 시스템을 적용한 자동화 물류센터 6개를 열고, 2032년까지 국내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첫 번째 자동화 물류센터는 수도권이나 부산 등 지역권에 2025년 문을 열 예정이다. OSP 시스템이 적용된 자동화 물류센터는 로봇·빅데이터·기계학습 등 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오카도의 핵심 기술이다. 고객이 주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식료품의 종류와 수량을 예측해 식품이 버려지는 폐기율을 낮춰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영국 오카도의 식품 폐기율은 0.4%로, 국내 대형마트나 수퍼의 폐기율(3~4%)의 10분의 1 수준이다.
오카도는 도심에 소비자가 집중해 있고, 아파트 위주의 거주 형태를 지닌 한국 특성에 맞는 물류센터를 지을 수 있도록 자동화 로봇과 운영 소프트웨어를 지원한다. 오카도의 물류센터는 컨베이어 벨트 대신 상자들이 격자 형태로 촘촘히 쌓여 있고, 수백 대의 로봇이 오가며 물품을 자동으로 선택·포장·배송한다. 이 같은 시스템 덕에 같은 면적에 적재할 수 있는 상품 종류가 2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고객이 지정한 시간에 물건이 도착하는 적시 배송률도 98%까지 높아진다.
롯데는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인 ‘요리하다’를 재출시하고, 주류 특화 매장 보틀벙커를 오픈하면서 오프라인 식품 부문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번에 오카도와 협업을 통해 온라인 식품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성장 중
코로나 이후 급격히 성장한 온라인 식품 시장은 다른 유통 기업들에도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식품 시장은 전체 소비 시장 중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료품 부문의 온라인 침투율은 25% 수준으로 패션(32%), 화장품(39%), 가구(49%), 가전(58%) 분야보다 낮다. 먹을거리는 직접 눈으로 보고 사야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컸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이런 분위기는 바뀌었다. 온라인 식료품 전체 시장 규모는 2019년 1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4조9000억원으로 86% 증가했다.
몇 년 새 유통 기업들의 온라인 식품 시장 공략이 공격적으로 바뀐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식품 배송을 넘어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자동화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켓컬리는 아예 영국 오카도와 비슷한 형태의 식료품 유통 기술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SSG닷컴은 냉장·냉동 시스템을 완비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의 자동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등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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